[선거법협상 진통 거듭]정치개혁 한 발도 못내딛나

  • 입력 2000년 1월 5일 20시 00분


여야가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 타파를 위해 1년 넘게 벌여온 정치개혁협상이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로 끝날 전망이다.

그동안 여야는 당과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걸린 선거구제 문제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며 몰두해왔을 뿐, 정작 정치개혁의 핵심인 정당조직 축소 및 민주화, 정치자금 투명화 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

‘돈 안 드는 정치’를 위한 정당조직 축소와 관련해 공동 여당은 지구당 폐지안을 내놓았으나 야당측의 반대로 무산됐고, 당내 민주화의 핵심으로 지적돼온 ‘상향식 공천’을 위해 공직후보 선출권을 지구당에 부여하자는 방안도 사실상 공리공담으로 끝이 났다. 여야는 선거공영제 확대를 명분으로 선거사무원 수당과 대담토론용 차량지원 등을 국고에서 보전해주는데만 합의했다.

‘정치자금 투명화’ 문제와 관련, 여야는 모든 정치자금의 입출금을 한 계좌로 단일화하고 100만원 이상 정치자금은 수표사용을 의무화하자는 방안에 대해 모두 반대했다. 대신 법인세액의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안에 의견접근을 한 상태다.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 차원에서 국무총리 대법원장 대법관 감사원장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문제도 논의했으나 청문회 대상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으로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국회의장의 당적이탈도 자민련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선거개혁의 경우, 선거비용의 수입 지출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 선거비용 실사 권리를 선관위에 주는 등 선관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의원 정수도 당초 30명 가량 줄이자는 말만 나왔을 뿐 결국은 현행 유지를 택했다.

한편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21개 시민단체는 최근 국회에 정치자금 투명화와 상향식 공천 등의 개혁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당리당략과 의원 개인의 이익보호를 위해 정치개혁을 외면했다”며 “국회의원들에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정치개혁을 맡긴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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