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다각外交' 활발…남북해빙 오나?

  • 입력 1999년 10월 11일 19시 32분


북―미간 베를린회담 합의(9월12일) 이후 북한의 외교기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남북관계에도 ‘청신호(靑信號)’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은 우선 미국은 물론 중국 유럽연합(EU) 등과의 관계를 복원, 확대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이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 주요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11일 “북한이 김정일(金正日)당총비서의 권력승계 이후 경제난 극복을 위해 애를 써왔지만 외교적으로 고립된 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더 깊이 자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관계개선을 서두르는 대상은 우선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북한은 일제강점기에 대한 보상을 염두에 두고 일본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지만 물밑에선 수교문제를 심도있게 논의 중인 것 같다. 이는 일본 정부가 최근 “대북 전세기 운항재개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데서도 드러난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총리의 평양 방문이 성사될 경우 양국간 수교협상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올들어 중국과의 관계복원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이 5월 중국을 방문한데 이어 탕자쉬안(唐家璇)중국외교부장도 5일 북한을 방문, 92년 한중(韓中)수교 이후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유엔총회에 참석한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이 이례적으로 EU 및 주요 EU회원국 외무장관들과 회담을 갖는 등 EU 국가들에 대한 접근도 활발하고 영국과도 비공식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도 최근 북한과의 수교의사를 표명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다시 강화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가속화되는 북한의 대외접촉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뒷전에 놓여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대외활동이 활발해질수록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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