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방한 이틀째]『즐겁고 매혹적인 하루』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55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은 방한 이틀째인 20일 첨단산업현장과 ‘한국적인 곳’을 둘러보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부군인 에든버러공작(통상 필립공이라고 부름)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건설현장 등을 방문해 공사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대우車 디자인센터 방문-컨셉트카 유심히 관찰

○…여왕 내외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대우자동차 디자인센터를 방문해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 내외의 안내로 자동차 신모델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대우자동차는 여왕방문에 맞춰 현재 개발 중인 컨셉트차량 ‘미래’를 선보였는데 여왕은 차량 내부와 외부로 나눠 전시한 이 차량 모델을 10여분 동안 유심히 관찰.

여왕은 특히 전기장치를 통해 차량의 운전대와 운전석이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다”며 웃은 뒤 “어떻게 기어복스를 없애 운전석을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었느냐”고 질문.

필립공도 “50년동안 산업현장을 시찰하다 보니 어설픈 전문가 흉내는 낼 수 있게 됐다”며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어떻게 교환하느냐” “전기자동차는 엔진이 뒤에 있어야 하나” “실제 크기의 모형자동차가 꼭 필요한가” 등 을 물었다.

이 모델은 영국 워딩에 있는 대우자동차연구소에서 한영 양국 공동연구진이 제작한 것으로 내달 열리는 서울모터쇼에 출품될 예정.

한편 전날 대우그룹의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김우중회장은 여왕도착 30분 전부터 현장에 도착, 다소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혼자 차를 마시며 여왕을 맞을 준비를 했다.

◇「애니드림 애니메이션」방문-제작 전과정 둘러봐

○…여왕은 이어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 벤처기업인 서울 삼성동의 ‘애니드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찾아 △원작의 스캐너입력 △컴퓨터 채색과정 △편집 △VTR실연 등 15분가량 제작 전과정을 둘러봤다.

여왕은 안내를 맡은 회사관계자들에게 “사무실이 깨끗하고 좋다. 투자를 많이 했겠다”고 칭찬한 뒤 전설이나 전통 설화를 주로 다루는지, 아니면 창작물을 많이 제작하는지 등의 궁금한 사항을 끊임없이 질문.

여왕의 이 회사 방문은 최근 이 회사가 영국의 ‘케임브리지 애니메이션’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애니모’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등 영국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 여왕을 수행한 ‘캠브리지 애니메이션’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여왕이 너무나 많은 질문을 해 진땀을 뺐다”고 말하기도.

○…필립공은 위성방송수신기전문 제조업체인 대륭정밀을 별도로 방문해 공장과 연구소를 둘러보며 생산라인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들에게 “불량품이 하루에 몇개 정도 나오느냐” “하루 근무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명.

82년 창립된 대륭정밀은 전세계에서 위성방송수신기(SVR)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생산량의 99%를 수출했다.

『투자계획 의견교환』

○…여왕은 이날 낮 숙소인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김우중회장과 현대종합상사 박세용(朴世勇)회장, 삼성전자 윤종용(尹鍾龍)사장, LG그룹 구본무(具本茂)회장, SK그룹 손길승(孫吉丞)회장 등을 만나 한국기업의 영국현지법인 현황과 투자계획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의견을 교환.

◇청와대 국빈만찬-『영원한 친구의 나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날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는 여왕 내외 등 양국 주요인사 1백70여명이 참석.

김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여왕폐하께서는 한국국민에게 ‘백년을 기다려온 귀한 손님’”이라며 “두 분(여왕 내외)의 방한은 번영과 발전을 위해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격려가 될 것이며 그런 두 분께 한국은 ‘영원한 친구의 나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왕은 답사에서 “한국에서 이처럼 즐겁고 매혹적인 시간을 보내게 해주신데 대해 대통령님과 한국민에게 감사드린다”며 “양국 간의 관계가 계속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화답.

여왕은 또 “한국의 가장 총명한 사람들이 영국에서 공부했고 대통령님 자신도 케임브리지대에서 머무르셨던 적이 있다”며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방한을 기념해 ‘엘리자베스 2세 장학금’으로 명명될 3개의 장학금을 수여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

양국 정상 내외는 건배 후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의 전통민속공연을 관람.

〈정연욱·윤상호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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