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고문 『발 넓히되 소리 안나게』 행보 관심

  • 입력 1999년 3월 19일 19시 19분


이달초부터 정치활동을 재개한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고문의 행보가 활발하다.

권고문은 12일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와 만찬을 가진 것을 비롯해 당내 동교동(東橋洞)계 의원그룹, 김중권(金重權) 대통령비서실장, 김상현(金相賢)고문 등 비주류인사, 영입파 의원들을 두루 만나며 활동무대를 넓혀왔다.

권고문은 18일 저녁 서울 시내 모호텔에서 이종찬 국가정보원장 김봉호(金琫鎬) 국회부의장 안동선(安東善) 지도위의장 등과 저녁을 함께 했다.

권고문은 최근 청와대로부터 “너무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지적을 받은 후로는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극비 보안에 부치고 있다.

이달 중 문을 열 예정이던 연구소 설립계획을 백지화한 것도 그런 활동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오히려 행동반경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는 게 한 측근의 얘기다.

그러나 권고문의 ‘물밑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을 대리해 향후 전개될 여권권력구도 재편의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권고문의 한 측근은 “만남 자체는 주로 상대편의 요청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다양하게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론수렴결과가 조만간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김대통령이 권고문에게 어느 정도의 역할을 주문했는지, 또 권고문이 그리는 밑그림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국민회의 내에서는 대체로 그 밑그림이 김대통령의 향후 정국구상에 일정부분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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