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회담]무거운 의제로 시작…흡족한 표정으로 끝나

  • 입력 1999년 3월 17일 19시 1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7일 여야총재회담 후 회담결과에 대체로 만족을 표시했다.

○ …2시간45분여동안 진행된 이날 회담은 이총재가 먼저 국정의 각 분야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김대통령이 답변하거나 설명하면서 협조를 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총재는 회담 벽두부터 정치보복금지 정계개편중지 등 무거운 의제들을 거론하며 여권의 ‘야당파괴’ 기도에 쐐기를 박고자 했다. 이에 김대통령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소(小)를 얻고 대(大)를 잃는 것”이라며 야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한 의견이 상치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회담이 끝난 뒤 사전조율한 합의문 중 정치개혁입법을 ‘상반기중’ 처리한다는 문구를 ‘조속히’로만 수정한뒤 박지원(朴智元)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불러 발표토록 지시했다.

○ …회담 후 김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이고 협조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이로써 정치권에 새로운 기대를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박수석이 전했다. 이총재도 “진솔하게 여러 얘기를 나눴으며 이런 대화가 정국경색을 풀고 정치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는 것.

박수석은 “오늘 인간적인 관계와 문제도 토론했고 이총재께서도 아주 만족해 하셨다”고 말했다며 신뢰구축을 누차 강조했으나 ‘인간적인 관계와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세풍’사건의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이나 이총재의 동생 이회성(李會晟)씨 문제가 거론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박수석은 “잘 모르겠다”며 “그 문제는 별개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사로 돌아온 이총재는 김대통령의 발언까지 꼼꼼히 적어온 메모를 보면서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을 통해 대화내용을 기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토록 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총재는 이어 총재단 주요당직자 연석회의와 고문단회의를 잇따라 열어 회담내용을 설명했고 당직자들은 “짚을 것은 대부분 짚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영묵·김차수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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