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관/DJ의 「新대중주의」

  • 입력 1999년 2월 22일 19시 26분


‘신(新)포퓰리즘(대중주의)의 등장.’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여론에 따른 국민직접정치’를 강조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22일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이렇게 비난했다.

이 용어는 낯선 것만도 아니다. 바로 ‘대통령 혼자 뛰는 여론몰이식 개혁’이란 평을 들었던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리더십을 비판할 때 학자 전문가들이 원용했던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학자들은 포퓰리즘이 부정적 측면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정치학 교수는 “국민의 요구를 직접 반영해 대중적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대의정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정치 동원(動員)의 수단으로 악용되면 의회민주주의를 실종시킬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 ‘양날의 칼’이 개혁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개혁추진의 원동력이 되느냐, 대의민주주의의 절차를 무시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느냐의 관건은 집권층이 어떤 개혁의 청사진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이 학자의 지적이다.

‘말의 정치가’로 불릴 만큼 설득에 뛰어난 김대통령의 지난 1년간의 국정운영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포퓰리즘적인 요소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과의 대화만 해도 결국 이런 포퓰리즘의 한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무엇보다 포퓰리즘 정치의 대상과 결과에 대한 평가다. 한쪽에서 야당파괴니, 의원빼내기니 하며 정국을 극한적 대립구도로 몰아넣은 사안을 여론의 뜻에 따랐다고 하는 것은 어딘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파의 수장이란 입장을 넘어 여야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렴하려는 자세”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이동관<정치부>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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