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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20일 2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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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고민은 법원의 보석결정이 당장 피고인들의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석결정 자체가 던지는 의미가 결코 예사롭지 않다는 데 있다. 보석결정의 경우 대개 사안이 가볍다고 보거나 무죄를 다투는 경우에 이뤄지는 게 상례. 보석결정 후 한나라당이 곧바로 이 사건을 ‘고문조작’으로 몰아 대여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권내에서는 총풍사건 담당재판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적지 않다. 이번 보석결정이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선고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여권은 22일 이 사건 피고인에 대한 구형이 예정돼 있었는데도 재판부가 참고인과 증인신문에서 양쪽의 의견이 엇갈려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한 점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또 피고인들의 구속만기가 보름이상 남았는데도 서둘러 석방한 점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피고인들이 국가정보원 및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더구나 법원의 분위기가 일반적으로 대법관출신인 이회창총재에게 우호적인데다 특히 이총재의 출신고교인 경기고출신 법관들이 더욱 동정적이라는 점도 여권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대목이다.
국민회의 고위당직자는 “검찰쪽에서는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기운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재판결과에 우려를 표시했다. 국정원이 보석결정 후 “총풍사건은 국가와 민주질서를 교란하려 했던 범법행위로 이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데도 법원이 재판도중 보석을 결정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