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화해 물 건너가나?]애정은 없고 증오만 남아…

입력 1999-02-05 19:23수정 2009-09-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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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의 92년 대선자금 증언을 계기로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YS)전대통령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김전대통령은 “92년 대선직전 1백50억원을 전달했다”는 정전총회장의 증언을 일축하며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져 들었다. 이로써 여권이 한때 구상했던 ‘민주대연합’즉 김대통령과 김전대통령의 화해는 물건너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권은 왜 이 시점에서 김전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을 폭로하게 됐을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여권이 ‘우연히’ 또는 ‘돌발적으로’ 이를 끄집어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왜 폭로했느냐”는 질문에 “YS가 말로 해서 들을 사람이냐. 뭔가 보여줘야지”라고 말해 이번 폭로가 현정권을 비난해온 김전대통령에 대한 ‘관리방식’의 일환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전대통령은 최근 부산지역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하려다 이를 취소한 적도 있다”며 “상도동의 움직임은 분명히 정치재개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청문회 직전 여권이 호언했던 ‘엄청난 비리’의 실체는 다름아닌 김전대통령의 대선자금이었고 폭로의 목적은 김전대통령의 ‘위험한 행보’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볼 수 있다.

김대통령과 김전대통령은 지난 30여년간 때론 ‘정적(政敵)’, 때론 ‘동지’의 관계를 유지했다. 상대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서로의 ‘수’를 읽는 데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김대통령의 김전대통령에 대한 시각은 14대 대통령선거 직후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국민당 정주영(鄭周永)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YS에게 백기를 들기 직전 역시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찾아갔다.

정후보는 김대통령에게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YS를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자 김대통령은 “그 사람은 무릎을 꿇으면 짓밟는 사람이다. 굴복해선 안된다. 같이 힘을 합치자”고 극구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에 대한 김전대통령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김전대통령은 지난달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만나 “DJ는 내가 가장 잘 안다.이겨나가야하는거지”라고 전의(戰意)를 불태웠다는 후문이다. 김전대통령은 생일날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서형래(徐形來)청와대정무1비서관 앞에서 김대통령에대해‘씨’라는 호칭마저 생략할 정도로 극한 감정표현을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처럼 꼬이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몇가지 해석이 있다. 우선 대통령직에서 은퇴한 이전 전직대통령들이 숨을 죽인 것과는 달리 김전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을 드러내놓고 비난하고 있다. 또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는 김대통령과 김전대통령의 지나친 자신감과 사그라들지 않은 경쟁의식이 두 사람의 불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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