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건국운동 사령탑 여론 모른다』일부 우려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11분


청와대 등 여권관계자들은 대부분 제2건국 운동의 추진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이 운동의 장래에 대해 꽤 심각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취임 후 추진한 각 분야의 개혁은 소소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아주 성공적이었다. 말만 많고 되는 일이 없는 제2건국 운동으로 자칫 그에 ‘덧칠’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A관계자)

“제2건국 운동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예상치 못한 수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장차 현 정권에 최대의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고려가 필요하다.”(B관계자)

과거에 비해 고도로 다원화된 사회에서, 제한된 집권기간 내에 제2건국 운동과 같은 ‘총론적 개혁’을 어느 정도 착근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나 이미 각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혁작업과의 중복 및 혼선 가능성 등도 여권관계자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여권관계자들 중에는 사실상 제2건국운동의 사령탑인 청와대정무수석실이 현실과 여론을 너무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개혁작업에 국민적 동참을 유도하려면 의식개혁 운동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며 따라서 이를 위한 제2건국 운동을 동요하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게 청와대측의 확고한 입장이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이 4일 “일부 정치권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지를 갖고 제2건국 운동을 흔들림 없이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취지다.

청와대측은 이와 함께 정치적 이용목적이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의심을 한다면 야당도 함께 제2건국 운동에 참여해 감시하면 될 것 아니냐는 얘기다.

청와대측의 이같은 원칙 강조는 뒤집어보면 추진방법이나 과정의 변화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박수석이 이날 “제2건국 운동은 생활이나 의식 속에서 잘못된 것들을 찾아내 고쳐나가자는 것일 뿐”이라고 규정한 것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 제2건국 운동이 조직이나 절차상의 문제로 더이상 파행을 거듭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청와대 등 여권 내에도 점차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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