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訪日/과거사 정리]「왜곡중단」에 중점

입력 1998-10-10 08:49수정 2009-09-2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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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화두(話頭)인 “20세기의 일은 20세기에 마무리하자”는 말을 둘러싸고 다소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제 21세기를 준비하자’는 취지임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과거사는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8일 일본 NHKTV 좌담회에서 “역사인식의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단 그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국민과 저는 이 문제가 더이상 재론되지 않고 21세기를 향해 의논하자는 방향으로 가자는 생각이다”고 답변한 것도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그에 따라 약간의 혼선도 있었다. 일본의 일부 신문은 성급하게 ‘한국이 앞으로 과거사문제를 재론하지 않겠다는 것을 언명한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 기자들조차 “극우세력의 입맛에 맞는 의도적이고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정부 관계자들도 김대통령의 포괄적 언급을 그런 식으로 단정적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발언은 과거사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일본 지도층의 ‘망언’이 또다시 되풀이돼 양국관계가 불필요하게 악화돼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말하자면 일본측에 대한 주문이라는 설명이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공식문서에 과거사에 대한 정부 입장이 명확하게 표명된 만큼 일본 정부책임자들이나 국민도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주문에 대한 답변이라는 것이다.

결국 ‘20세기의 일은 20세기에 마무리하자’는 말은 ‘불행했던 과거’를 없던 것으로 하거나 잊어버리자는 게 아니라 과거사문제로 인한 비생산적인 소모전을 피하자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공동선언을 보면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공동선언은 “양국정상은 양국 국민, 특히 젊은 세대가 역사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견해를 함께 하고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명기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9일 일본내 친분인사들과의 다과회에서 도쿄납치사건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며 구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세계의 양심이 승복하도록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은 과거사 정리와 관련한 접근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 경시청에 아직도 담당수사파트가 남아 있는 미제사건인 도쿄납치사건에 대해 김대통령은 정부차원의 문제제기나 관련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진상규명을 끊임없이 촉구하고 있다.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김대통령은 일단 한국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토록 했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일본의 여성기금이 주겠다는 보상금을 거부하면서 일본정부가 자발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가지 사례로 비춰 김대통령의 과거사 정리에 대한 기본입장은 과거사에 발목이 붙잡혀 양국관계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한일 양국이 서로 노력하되 반인도적 범죄 등 밝힐 것은 밝혀 ‘역사적 진실’의 바탕 위에서 과거사를 극복하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윤상삼특파원·오사카〓임채청기자〉yoon33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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