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요청」파문]「전화감청」등 광범위한 물증 확보한듯

  • 입력 1998년 10월 7일 19시 33분


판문점 총격요청사건과 관련, 안기부와 검찰이 확보한 보따리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총격요청 당사자인 한성기(韓成基)씨 등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의 공모 또는 지시여부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가지 정황을 감안할 때 수사기관이 양측의 연계관계를 입증할 광범위한 방증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기부가 6일 오정은(吳靜恩)전청와대행정관 등이 지난해 대선 직전 이총재에게 직접 보고한 ‘대통합정치 구현’ 등 15건의 정세분석 보고서를 제시한 것이나 한씨가 북측인사에게 사용한 ‘신한국당 이회창총재 특별보좌역’ 명함을 확보한 것 등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씨가 4월 군에 복무중이던 이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의 아들에게 면회를 간 사실까지 수사기관은 파악하고 있다. 당시 한씨는 회성씨를 대신해 면회를 갔고 ‘면회를 간 아저씨는 대선 때 나를 도와준 사람’이라는 내용의 회성씨의 사신(私信)까지 전해줬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은 이 편지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한씨가 이총재의 장남 정연(正淵)씨에게 두차례에 걸쳐 전화를 했다거나 6·4지방선거 때도 이총재측에 ‘무소속후보가 다수 출마하는 것은 불리하다’는 내용의 정세보고서를 올렸다는 사실도 간파된 상태다. 수사기관은 한씨 등과 이총재측간의 ‘긴밀했던 관계’를 밝혀내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기관이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한씨 등 3인방에 대한 감청자료. 안기부는 한씨 등을 구속하기 6개월 전부터 전화통화내용을 감청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총격요청 사건 직후부터 사건내용을 은폐하려 해왔다는 사실도 안기부의 전화감청에 의해 파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수사기관이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감청내용이다. 이 중에서는 한씨 등과 회성씨간 전화통화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총격요청사건에 대한 이총재측의 공모나 은폐, 인지여부 등을 밝힐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면 이총재측과 한씨 등의 연계고리를 밝혀줄 결정적 물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물증이 확보돼 있지 않다면 수사는 회성씨 등 이총재측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총재측도 정치생명에 사활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에 설사 총격요청건에 연루돼 있더라도 끝까지 부인할 것으로 보여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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