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司正은 司正이다』…여야 모두에 엄중 경고

  • 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2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7일 “사정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재천명한데는 정치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야당에 대해서는 사정을 빌미로 한 소모적인 정쟁 중지를, 여당에 대해서는 일각의 대야 타협론 등 불협화음 종식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은 최근 정치권 사정과 관련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몹시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경성사건의 경우 애당초 한나라당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서도 정작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에 반발하는데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경성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소환을 받은 한나라당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가 ‘DJ정치자금’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한때 야당을 함께 했던 정치적 동반자로서 배신감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은 이전부총재가 사정대상이 됐음을 보고받고 처음엔 무척 안타까워했으나 그가 ‘무모한’ 정치적 줄다리기를 계속하자 누구보다 당시 야당형편을 잘 아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억지’를 부릴 수 있느냐며 노여운 감정까지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한나라당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92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정면대응 의지를 밝힌 것도 예사롭지 않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이 시점에서 대선자금 문제를 확실히 짚고넘어가지 않을 경우 임기 내내 혹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으로 판단, 후환을 예방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김대통령의 강경 사정드라이브는 궁극적으로 정치개혁을 비롯한 총체적 개혁작업의 지속적이고 원활한 추진을 위한 정지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취임 후 6개월여 동안 절감해온 소수정권의 취약점을 강한 리더십으로 보완하기 위한 측면도 없지 않다.

김대통령은 강력한 정치권 사정을 통해 그동안 국민에게 염증을 던져줬던 일부 정치인의 ‘부패행각’에 종지부를 찍고 이를 통해 경제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이완된 분위기를 다잡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김대통령의 의도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주선(朴柱宣)청와대법무비서관은 “개복(開腹)을 한 이상 수술은 마쳐야 한다”고 밝혔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원직사퇴서 제출 등 야권의 엄청난 반발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도 큰 관건이다.

여기에다 사정대상 인사 중 상당수가 김대통령과 ‘비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정치인들이라는 점도 지속적 사정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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