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고위급회담]양측 합의로 힘얻은 「대북정책」

입력 1998-09-10 19:53수정 2009-09-25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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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의 한 고위간부는 11일 새벽 발표된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를 놓고 “햇볕정책이 구출됐다”는 표현을 썼다.

새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 잠수정과 무장간첩 침투사건, 영변 지하핵시설 의혹, 그리고 ‘미사일―인공위성 발사논란’으로 일각의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회담으로 햇볕정책의 정당성이 재확인됐다는 뜻이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4자회담과 미사일회담의 재개 △영변 지하시설의 성격규명을 위한 협의채널 가동 △북한의 사용후 연료봉 봉인작업 재개 및 미국의 중유공급 약속이행 △북한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문제 협의 등 전체적으로 북한이 94년 미국과 체결한 ‘제네바 기본합의’를 준수하겠다는 내용들이다.

임동원(林東源)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0일 동아시아연구회 포럼에서 “제네바합의의 파기를 막고 양국 사이에 얽혀 있던 모든 문제를 일괄타결함으로써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번 회담의 의의를 평가했다.

임수석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북―미간 협상은 한미(韓美)간 긴밀한 협의 속에 이뤄졌으며 한국측 의견이 미국측에 많이 수용됐다”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은 전망까지 내놨다.

사실 정부는 북한이 최근 취한 일련의 군사행동으로 햇볕정책의 기조 자체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해 왔다. ‘햇볕정책의 전제는 튼튼한 안보’라고 강조하며 정경(政經)분리 원칙을 고수해왔지만 북한의 강경 군사노선이 계속될 때엔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북―미 고위급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측과 긴밀한 협의를 가지면서 특히 ‘영변 지하핵시설 의혹’ 등 국내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는 쟁점에 관심을 집중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중유와 경수로 본공사 개시를 합의사항에 넣는 문제는 미행정부로서도 의회를 설득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웠던 대목”이라며 “하지만 한미 양국은 제네바합의의 틀을 유지, 대북포용정책을 살려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과연 임수석의 표현처럼 북―미고위급회담의 진전으로 “남북관계의 분위기가 크게 바뀔 것”인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일단은 청신호로 봐도 될 것 같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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