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국무총리,「실세총리」위상굳히기 착수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1백67일만에 소원을 풀었다. 17일 오후 국회에서 총리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서 ‘서리’ 꼬리를 뗀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위헌시비에서 벗어난 ‘정식총리’로서 그는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행정 각 부를 통할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측근들은 “IMF사태에다 수재(水災)까지 겹친 상황에서 김총리가 정치적인 발언은 자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자민련의 실질적 관리자인 김총리가 공동정부운영협의회 등 당면현안에 관해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자민련을 통해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제하의 총리라는 위상을 고려한 우회돌파 전략인 셈이다.

자민련은 일단 대선전 합의한 DJP후보단일화 협약을 관철시키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약속대로 ‘국무총리 지위와 권한행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공동정부운영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총리가 어떻게 스스로 머리를 깎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즉 김총리가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파트너로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자민련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김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대리인으로 불리는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를 통해 내년초부터 본격화할 내각제개헌 논의를 위한 사전포석에도 공을 들일 것이 확실하다. 자민련은 앞으로 당내에 내각제개헌추진위를 구성, 내각제개헌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총리임명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각제개헌 등 예민한 사안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아직은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두달여전인 ‘6·4’지방선거 직전 때의 발언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김총리는 조만간 청구동 자택을 떠나 삼청동 총리공관에 입주하고 관용차도 사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김총리가 대통령제하 2인자로서의 선을 지키면서 ‘필생의 과업’이라고 밝혀온 내각제개헌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 나갈지 주목된다.

〈최영훈기자〉 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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