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장관 왜 바꿨나?]한-러 관계 복원노린 고육책

입력 1998-08-04 19:35수정 2009-09-25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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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단행된 외교통상부장관의 경질은 외교관 추방사태로 빚어진 한―러외교갈등에 대한 문책 이상의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정치적으로는 내각에 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고메시지가 담겨있다. 김대통령의 한 측근은 “김대통령은 청남대에서 개혁드라이브를 위한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내각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은 묻고 정치권 사정도 그런 차원에서 철저히 해나갈 것이다”고 배경설명을 했다.

이는 김대통령의 인사스타일 변화와 함께 보다 강력한 개혁 추진을 위한 주변의 ‘정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김대통령이 2단계 개혁의 출발점으로 잡고 있는 8·15를 전후한 부분개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정수(朴定洙)장관의 경질은 직접적으로는 한―러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인상이 짙다. 3일 오후 박장관이 김대통령에게 한―러사태 경과를 보고할 때까지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문책은 없다”고 단언했으나 이날 저녁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장관은 김대통령에게 한―러관계의 심각성을 보고하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하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외교통상부장관 경질은 러시아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 다른 한편 한―러수교후 차관문제 등으로 인해 자존심이 상해있는 러시아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홍순영(洪淳瑛) 신임장관은 주러시아대사를 역임했다.

임동원(林東源)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 “의연한 자세로 장기적 관점에서 한―러우호협력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아브람킨 러시아참사관의 재입국문제에 대한 정부입장도 다소 유연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인 출신인 박전장관의 외교통상부에 대한 장악력 부족 및 안기부와의 갈등도 경질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한―러협상의 난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여성이자 학자 출신인 이인호(李仁浩)주러시아대사의 거취도 주목된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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