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全大 앞두고 다시 분란

  • 입력 1998년 4월 8일 20시 11분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고 순항하는 듯 하던 한나라당이 ‘4·10’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분란에 빠졌다.

당헌개정안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논란을 벌이는가 하면 새로 도입키로 한 부총재 지명에 관해서도 누구를 지명하느냐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또 각 계파는 전당대회후 이뤄질 당직개편에서 자파세력을 기용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도 버거운 마당에 ‘한지붕 다세대주택’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 당헌개정안 논란

비당권파는 당무운영위원회를 통과한 당헌개정안을 조순(趙淳)총재가 임의로 수정, 공고한 것은 월권이자 임시전당대회 조기개최를 봉쇄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하면서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의원 3분의1 이상이 요구하면 임시전당대회를 자동소집토록 한 당헌 조항에도 불구, 부칙을 고쳐 소집 주체를 총재로 표현한 것은 합의파기라는 주장이다.

반면 조총재측은 “현행 당헌에 보장된 임기 2년을 포기한 조총재의 결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비당권파는 8일 두차례나 조총재에게 대표를 보내 당헌개정안 원상회복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당권파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88명 의원 명의로 9일 오전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같은 충돌의 원인은 총재 경선시기에 대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동상이몽(同床異夢)때문.

비당권파는 6월 지방선거 후 가능한 한 빠른 시일안에 임시전대를 열어 총재직을 차지하겠다는 속셈이다. 따라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총재의 임시전대 소집 거부권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것이다.

반면 조총재측은 내년 4월까지 총재직을 고수하려는 게 아니라 등을 떼밀려 나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후 당이 안정되는 적절한 시기에 총재경선을 실시한다는 조총재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조총재측은 특히 비당권파가 먼저 조총재 임기보장 부칙을 파기한 마당에 당헌개정안 문구를 물고늘어지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 부총재 다툼

총재가 9인이내로 지명하게 될 부총재자리를 놓고도 계파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총재와 부총재단이 당무를 협의 처리하도록 돼있어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서로 부총재자리를 많이 차지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누구를 부총재로 지명하느냐를 놓고 논란을 벌였으나 이한동(李漢東)대표,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고문,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계파 수장들과 부산 민주계에 한사람을 배정하고 네자리는 남겨 둔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부산 민주계 몫의 부총재 인선을 둘러싸고 당권파는 신상우(辛相佑)의원을, 비당권파는 박관용(朴寬用)의원을 추천하고 있다. 조총재측은 비당권파가 자신들과 가까운 박의원을 부총재로 만들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다 신의원이 “김윤환고문이 부산의원들을 이간시키고 당을 말아먹으려 한다”면서 김고문을 비난하고 나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또 초 재선의원 23명은 7일 저녁 모임을 갖고 “계파 수장들이 부총재가 되면 ‘담합정치’라는 부정적 인상을 준다”면서 수장들을 부총재에 지명해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초 재선의원 몫으로 부총재 한자리 할애를 요구키로 했다.

▼ 당직 경쟁

전당대회 후 단행될 당직개편에 대비한 물밑 경쟁도 뜨겁다. 특히 원내총무 경선 분위기가 잡히면서 김중위(金重緯) 신경식(辛卿植) 박희태(朴熺太) 강삼재(姜三載) 강재섭(姜在涉) 하순봉(河舜鳳) 목요상(睦堯相) 김호일(金浩一)의원 등 10여명이 자천타천 총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비당권파는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의 유임이 확실해지자 총무자리에 욕심을 내고 있다.

당권파 역시 이상득(李相得)총무를 재추천하거나 현경대(玄敬大)의원 등 중진의원을 총무후보로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당권파는 또 총재경선 때까지의 과도체제에서는 주요당직 뿐만 아니라 중하위당직도 계파 지분에 따라 안배해야 당이 원만히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를 흘리면서 ‘압박전술’을 구사중이다.

〈김차수·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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