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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25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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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집무실 창밖으로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옷차림을 살필 수만 있어도 한결 낫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자시절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을 정부 세종로 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세종로청사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 포기했다”며 아쉬워했다.
김대통령은 넓고 화려하기만 한 청와대 구조에도 불만이 많다. 왕이 거처하는 궁전처럼 지어놓았지 일하는 집무실은 아니라는 것. 수석비서관들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면 차를 타고 5분이나 이동해야 하는 구조는 비능률적이라는 지적이다.
당장은 예산상의 이유 등으로 실현이 어렵지만 언젠가는 청와대 구조를 보다 실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김대통령의 생각. 이에 따라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집무실을 서울 광화문 네거리쯤으로 옮기고 청와대는 박물관이나 공원으로 만드는 방안도 장기계획으로 검토중이다.
아무튼 김대통령이 시정(市井)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40여년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정치적 영감을 얻어온 그로서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세종로와 과천청사에 집무실을 만들도록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그만큼 민심의 동향에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신문도 열심히 읽고 각종 보고서도 꼼꼼히 챙기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 자연 청와대 보좌진들이 ‘민심의 전령’이 될 수밖에 없다.
바쁜 ‘전령’중 한 사람이 박지원(朴智元)공보수석이다. 김대통령은 특히 바닥민심의 생생한 소리를 듣고 싶을 때면 무시로 박수석을 호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 ‘쓴소리 단소리’를 다 듣는 그의 부지런함을 사기 때문이다. 밖에서 들은 얘기를 가감없이 전달하는 그의 충직함을 높이 평가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로 인해 박수석은 주변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