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을 입수한 경위는….
“1주일 전쯤에 이전실장의 요청으로 서울 타워호텔에서 만났는데 억울하다고 했다. 그래서 안기부의 문서가 있으면 달라고 했더니 ‘역사의 진보를 위해서 당연히 드려야지요’하면서 자신의 집으로 가 문건을 갖고 왔다.”
―이 전실장은 문건을 주면서 뭐라고 했나.
“자기도 관여했지만 하수인으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말을 했다.”
―청와대와 안기부에는 언제 넘겼나.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며칠 두고 보다가 깜짝 놀랐다. 문건을 완전히 독파한 것은 며칠 전이다. 14일 문희상(文喜相)정무수석과 나종일(羅鍾一)안기부2차장을 따로 만나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조사해보라고 건네줬다.”
―문건은 어떤 형식으로 돼 있었나.
“안기부에서 이번에 파기한 문서 같다. 진실이라면 엄청난 얘기가 들어있다. 한 2백페이지 가량 됐다. 대통령과 안기부장 차장 담당관만 보는 극비문서가 아닌가 짐작한다. 문건 표지에는 ‘복사할 수 없음’, ‘비’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문건의 주내용은….
“전부 북풍에 관한 것이었다. 북풍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그런 내용이다. 정보차원의 것도 있고 첩보차원의 것도 있고 확인된 사실 등 다 들어있다. 어떤 것은 안기부가 (북풍에) 직접 관여한 것이었고 어떤 것은 정치권에서 한 것을 안기부가 감지한 것이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에 대한 북쪽의 입장도 있었다. 예를 들면 후보자 당선자에 대한 김정일(金正日)의 코멘트도 있었다. 대선과 관련된 저쪽의 관심도 다 나와 있다. 후보에 대한 평가 관심 접촉 등에 관한 얘기들이었다.”
―정치인 이름이 나오나.
“다 나온다. 당시 여당인사들이다. 주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접촉한 것으로 돼 있다. 구 여권 인사가 후보(이회창명예총재를 지칭)와 연결됐는지는 모르겠다. 후보는 한마디도 안 나와 있다.”
―나오는 사람은 몇 명인가. 10여명쯤 되나.
“그렇게 많지 않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사람들인가.
“비슷비슷하다.”
―돈거래 얘기도 나오나.
“(한참동안 말을 않다가)그만 하자.”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