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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5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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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재 검찰에서 수사중인 ‘북풍조작 사건’이 사정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권 핵심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북풍사건에 구여권 인사들이 관여했다는 심증을 갖고 있었고 물증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대선 직전 국민회의의 한 인사는 북풍사건의 개요와 관련인사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까지 입수했었다.
현재 사정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북풍조작 관여인사는 3,4명. 이들은 대부분 이회창(李會昌)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 뛰었던 인사들이다. 또 지금도 한나라당내에서 대여(對與)강경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여권 핵심부가 북풍사건에 대한 강력한 수사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또 여소야대 구도로 인해 김대중(金大中)정권 첫 조각의 총리임명동의안마저 국회에서 부결되는 현실속에서 권력핵심부도 점차 강성기류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배경에는 당선직후 김대통령이 천명했던 개혁의지가 반(反)개혁세력의 반발로 점차 퇴색하고 있다는 초조감도 작용하고 있다. 반개혁세력의 반발을 초기에 제압하지 않을 경우 개혁세력의 구심점이 와해되고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여권 핵심인사들은 정계개편차원에서 사정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극구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정을 통해 정계개편과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발상은 한마디로 촌스럽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아직도 야권과 대화를 하면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면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권력핵심부의 사정작업이 야권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정계개편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여권이 이를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그 결과는 예측가능하다.
더욱이 사정바람이 ‘북풍’을 뛰어넘어 개인비리 차원으로 확대된다면 현 한나라당 의원들 중 상당수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정치보복’으로 비치고 거야(巨野)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정국은 가파른 비탈길로 접어들게 돼 여권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김대중정권의 첫 사정이 ‘A급 태풍’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또 사정과 정계개편이 어떤 함수관계에 있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