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혼란속 출범…여권 「총리서리체제」 밀어붙이기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청와대와 여권의 ‘밀어붙이기식’ 정국운영에 야당이 강력히 반발, ‘역강공 드라이브’에 나섬으로써 신정부 출범초부터 정국은 가파른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국회본회의에서 김종필(金鍾泌)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여당의 저지로 무산된 직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총리서리체제를 출범시킨 것을 위헌으로 규정, 법적 투쟁을 불사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3일 주요당직자회의와 주요당직자 원내총무단 합동오찬에서 김총리서리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키로 하는 한편 2일 국회본회의에서 동의안을 표결, 봉인한 투표함(2백1명 투표)의 개표를 위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또 김총리서리 사퇴 등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김총리서리의 비자금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은 물론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과 김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까지 단계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조순(趙淳)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에 총리 임명동의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에서 총리서리를 임명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모든 법적 정치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조총재는 “김대통령은 김총리서리 지명을 철회, 국민이 원하는 새 인물로 교체하고 김총리서리도 자진사퇴의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조총재는 이어 김대통령이 고건(高建)전총리의 제청으로 신임각료들을 임명한데 대해 “앞으로 국정에 전혀 책임을 질 수 없는, 나가는 정부의 총리가 새 정부의 장관을 제청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옹색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조총재는 이와 함께 국회본회의 표결중단사태에 대해서도 “자민련의원들이 단 한명도 투표하지 않고 국민회의의원 상당수가 투표하지 않은 것은 총리서리체제를 강행하기 위한 의도”라며 김대통령에게 국회파행의 책임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강공드라이브속에는 당 결속을 위한 자구책의 성격이 짙은 것도 사실이지만 거야(巨野)를 민의의 실체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여권의 ‘독주(獨走)성 행태’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3일 새벽 국회본회의 산회직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김대통령이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직전 정부조직법개정안을 기습적으로 공포하고 총리서리체제를 강행하려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 2일 국회본회의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 강경분위기가 득세한 것도 선거법위반사건 관련자 등 일부 소속의원들에게 여당측이 협박성 회유를 했다는 사실이 폭로됐기 때문이라고 한 당직자는 전했다.

한나라당측은 “이미 지구당차원에서 당원 빼내가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의원 빼내가기’의 전초전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경계심도 감추지 않고 있다. 결국 3일 새벽 의총에서 “정권을 잡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발상이 아니냐”는 반발이 터져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한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양당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2일의 국회본회의 투표는 명백한 불법 부정투표”라며 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재투표를 요구했다.

따라서 새 정부 초대 내각 출범으로 국정공백은 메워졌지만 김총리서리체제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향후 정국은 엄청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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