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이모저모]巨野 「힘자랑」에 묘수없는 小野

  • 입력 1998년 2월 25일 20시 03분


김종필(金鍾泌)총리지명자의 인준여부로 관심을 끌었던 25일 임시국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고 자동유회됐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그리고 국민신당 및 무소속의원들은 개의시간이 되자 일제히 본회의장에 입장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총무단 등 일부 ‘당론이탈자 단속조’만 제외하고는 모두 의원회관으로 돌아가거나 아예 국회를 떠나버렸다. 의장실 관계자들은 “국회법상 임시국회 회기는 30일로 정해져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계속 본회의에 불참하면 매일 오후 2시 본회의가 개의되고 자동유회 상황은 30일 동안 계속된다”고 밝혔다. ○…여당과 국민신당 및 무소속의원들만이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는 동안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실에서는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 자민련 이정무(李廷武),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총무가 모여 신경전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이총무는 본회의 불참방침을 통보했다. 박상천 이정무총무는 김의장에게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만으로 의사정족수는 채웠으니 의장이 개회 선언을 하고 다시 산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의장은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으냐”며 거부했다. 한나라당 이총무는 국회의장실을 나와 “우리는 여당이 총리임명동의안을 제출하기 훨씬 이전부터 JP인준반대를 밝혔는데 이를 무시하고 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유감”이라며 “이번 사안은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사안인 만큼 앞으로 좀더 정치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총장도 “JP인준문제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라고 말해 총리지명자를 바꾸기 전에는 접점(接點)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서석재(徐錫宰)의원 등 국민신당의원 8명도 본회의가 자동유회될 기미를 보이자 “이만큼 협조했으면 된 것 아니냐”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의총 도중 한나라당의 불참소식을 전해들은 국민회의 의원들은 “대통령 취임식날 야당이 최악의 선택을 했다”며 흥분했으나 이렇다할 대책이 없어 일단 의총을 중단하고 오후 2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정부는 물론이고 국가 전체를 망치겠다는 뜻이다” “다수당이면 국회에 참석해 반대해야지 아예 보이콧을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동선(安東善)부총재는 “국가 위기상황에 대한 시국선언을 하고 국민들로부터 총리인준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 원내총무실에서 상황 보고를 들은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김상현(金相賢)고문 등과 협의, 즉석에서 자민련과 합동의총을 열어 한나라당 규탄 성명을 내고 이날 밤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한나라당과 같은 시간 원내총무실에서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가진 자민련도 한나라당의 본회의불참 결정을 전해듣고 허탈해 했다. 자민련의원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 실력저지까지 각오했던 자민련측은 일단 ‘김종필총리’ 임명동의가 부결되는 상황은 피하게 된데 대해 안도하면서 대야(對野)접촉을 강화했다. 한 당직자는 “앞으로 ‘김총리 지명자’ 체제로 며칠이 흐르면 모든 비난은 야당이 받게 될 것”이라면서 “비록 국정공백 등의 곤란에 처하겠지만 공은 야당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창혁·송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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