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막오른 당권경쟁…이회창씨 발걸음 빨라져

  • 입력 1998년 2월 18일 21시 10분


수면아래 잠복해 있던 한나라당 당권경쟁의 막이 드디어 올랐다. 3월10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총재를 자유경선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먼저 선전포고를 한 쪽은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와 김윤환(金潤煥)고문측. 민주계 중진인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 임명 이후 이명예총재와 김고문측은 ‘이대로 있다가는 당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예총재는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하는 등 총재경선을 의식한 듯한 행보에 나섰으며 김고문의 측근인 윤원중(尹源重)의원은 서총장 임명을 비판한데 이어 총재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순(趙淳)총재 이한동(李漢東)대표 서총장 등 신주류측은 아직은 신중한 태도지만 여차하면 정면승부도 불사한다는 태세다. 조총재가 18일 이명예총재와 조찬회동을 가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결과는 이명예총재가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등 그리 신통치 않았다. 이명예총재는 총재경선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사전협의 없이 껄끄러운 관계인 서총장을 임명한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이명예총재는 회동이 끝난 뒤 조총재와 악수도 나누지 않고 떠났으며 조총재 역시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뭐 그런 것까지…. 정치가 그런 것 아니냐”면서도 굳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두사람은 이날 ‘JP 총리인준 반대’에는 의외로 한 목소리를 냈으나 이런 한 목소리속에도 총재경선을 의식한 복선이 깔려있다는 것이 당주변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한동대표가 “총재든 부총재든 자유경선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자 철학”이라고 강조한 것도 음미할 대목이다. 즉 이명예총재나 김고문측이 총재경선쪽으로 물꼬를 트면 물러서지 않고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다짐이다. 계보를 이끌고 있는 김덕룡(金德龍)의원도 “조총재 재추대가 옳은 길이지만 총재 경선이 불가피하면 중대결심을 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또 이기택(李基澤)전민주당총재측도 총재경선이 가시화되면 “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경선 때부터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이명예총재와 김고문측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고문측은 “당권과 대권은 다른 것이다. 실세가 당을 맡아 5년 뒤를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인 반면 이명예총재측은 “허주(虛舟·김고문의 아호)가 간판이 되기는 어렵지 않으냐”고 반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총재 경선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면 당내 제세력간의 합종연횡과 ‘혈전(血戰)’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따라 3월 전당대회에서의 총재경선에 반대하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그리고 조총재가 당의 결속과 총재임기를 보장한 당헌규정을 무기로 총재경선론을 깔아뭉개면 비주류측에서 대응할 방도가 마땅찮은 측면도 있다. 특히 이명예총재측에서 조총재와의 합당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 총재경선을 주도할 경우 이명예총재가 도덕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어 3월 전당대회에서 총재경선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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