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재벌개혁 강력촉구…『주력기업 3∼6개로 줄여라』

  • 입력 1998년 2월 17일 20시 14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17일 “대기업들은 3∼4개, 많아야 5∼6개의 핵심주력기업을 남겨놓고 나머지는 정리해야 한다”며 재벌 개혁을 거듭 촉구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국민회의 지도부―국회의원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는 은행이 융자 조건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에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앞으로 10대, 20대 기업에 못 들어도 흑자를 내는 기업은 애국자로 대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와줄 수도 없고 그런 기업은 도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런 기업이 망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에게 부담만 된다”고 밝혔다. 김차기대통령은 또 “지금까지 재벌총수들은 법적근거도 없는 그룹회장이라는 자리를 갖고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모든 일을 다해 왔다”며 “앞으로는 경영을 잘못한 것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산하기관에 대해서도 “많은 산하기관이 낭비가 심하다. 이를 철저히 개혁해 민영화할 부분은 과감히 민영화하겠다”며 “민영화가 안되면 책임경영을 시키고 기업의 경영논리를 도입,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기관은 도태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월 대란설(大亂說)에 이미 대비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대출금 22조원을 6개월간 상환연장한 것도 내가 재정경제원장관에게 요청한 것이며 원자재수입도 조달청이 맡아 중소기업에 나눠주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차기대통령이 이날 또다시 재벌개혁을 강력히 주문한 것은 지난 14일 접수 마감한 26개 그룹의 구조조정계획서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SK 등 일부 그룹이 회장실 등 ‘배후경영’조직을 해체하라는 요구에 대해 지주회사설립을 요구하는 등 반발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부분의 그룹들이 재무구조 개선문제와 주력사 선정문제에 대해 ‘두루뭉실한’ 계획만 제시한 데 대해 진정한 자구노력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구조조정계획서에는 재무구조개선에 5년의 시간을 달라는 주문이 있는가 하면, 주력사를 명시하지 않은 채 관련 업종을 5개 이상 나열한 그룹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계획서를 접수받은 비상경제대책위는 일단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조기에 마무리해 재벌이 스스로 개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지배주주의 경영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상법개정 등 일정을 앞당기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대위는 이같은 제도적 장치를 토대로 강력한 은행 여신정책이나 공정위 규제, 국세청 세무조사 등 각 기관의 감독기능을 적극 활용한다면 개혁하지 않고 배겨날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비대위는 재벌개혁을 강압적 분위기로 몰아가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자칫하면 또다른 역풍(逆風)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또 ‘3월 대란설’과 관련, 김차기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금 상환연장방안을 마련했으며 물가안정과 실업대책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통계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미취업 청년실업자에 대한 취업교육센터 설립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정훈·이철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