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巨野)인 한나라당이 벼르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에 대한 ‘총리인준 정국’의 막이 올랐다. 자민련 의원들에게는 20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JP총리인준 반대당론이 결정되지 않도록 개별접촉을 강화하라는 비상령이 떨어졌다. 과연 JP총리인준안은 어떻게 처리될까.
○…한나라당의 당론은 20일 의총에서 난상토론을 벌인 뒤 결정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어떤 식으로 당론이 정해질지 가닥이 잡히는 대목이 있다.
먼저 최근 들어 조순(趙淳)총재 등 당지도부가 단호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또 김윤환(金潤煥)고문과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중진들도 초선의원들이 주도한 JP인준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3월 전당대회의 총재 경선주장도 인준반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유경선이 이뤄질 경우에 대비, 초재선의원들이 내는 JP총리인준 반대주장에 중진들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로 미뤄볼 때 한나라당은 20일 의총에서 당론을 JP인준 반대로 정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호(金宗鎬)의원 등 일부 중진의원들의 JP인준 찬성론은 대세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반대당론을 정한다고 하더라도 회의장에 아예 불참하거나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투표하는 등 무리한 방법까지 동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사실상 ‘크로스 보팅’(자유투표)을 하는 것과 효과면에서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반대당론을 정해놓고 투표 결과 이를 관철시키지 못할 때 내분만 촉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 처음부터 당론을 크로스 보팅으로 정하자는 온건론도 만만치 않다.
김윤환고문 등 중진들 중에는 사석에서 이같은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한 중진의원은 “크로스 보팅을 하게 되면 이탈표가 20%는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 의총을 앞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막바지 개별 접촉을 강화하며 물밑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자민련은 이 작업을 ‘드러나지 않게, 소리나지 않게’ 추진중이다.
김종호의원 등의 JP 총리 인준찬성 표명에 대해 공식반응을 일절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60여명의 초재선의원들의 강경론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밑 접촉의 진두지휘는 박태준(朴泰俊)총재가 맡고 있다. 박총재는 직접 한나라당 민정계 의원들과 만나고 있으며 당내 중진들에게 “한사람이라도 더 만나 설득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JP는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채 ‘두문불출’하겠다는 자세다.
이와 함께 자민련은 한나라당 초재선 강경론자들에 대한 설득에 국민회의쪽이 나서주도록 ‘SOS’신호를 보냈다.
일단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크로스 보팅을 결정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이정무(李廷武)원내총무는 “크로스 보팅만 성사되면 총리인준은 100% 통과된다”고 장담한다.
그러면서도 자민련은 20일 한나라당이 총리인준 거부를 당론으로 결정한다 해도 현재의 한나라당 내분을 가속화시킬 뿐 적절한 인준저지방안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일단 한나라당이 본회의에 출석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 1백21표에 최소한 30표 이상의 한나라당 이탈표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최영훈·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