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중진들 『전화 왔습니까』인사 유행…DJ인사낙점 고대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혹시 일산에서 전화왔습니까.” 요즈음 국민회의와 자민련 중진인사들에게 으레 건네지는 인사말이다. 신정부 조각(組閣)작업이 본격화함에 따라 혹시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낙점통보를 받았느냐는 물음이다. 중진들은 대개 지난주초까지 김차기대통령과의 독대 등을 통해 거취문제에 대한 ‘선문답’을 주고 받았다. 그중에는 나름대로 감(感)을 잡았다는 중진도 있지만 대부분 김차기대통령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진 못한 것 같다. 중진들은 신정부출범 일정상 지난주말까지는 김차기대통령의 직접 ‘언질’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임시국회난항으로 조각작업이 순연되면서 중진들에 대한 ‘교통정리’도 늦어지고 있다. 김차기대통령의 연락을 학수고대하던 중진들이 더욱 애간장을 태우게 된 것이다. 국민회의에서는 조세형(趙世衡)총재대행 이종찬인수위원장 한광옥(韓光玉)노사정위원장 등 이른바 ‘빅3’와 박정수(朴定洙) 신낙균(申樂均)부총재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 장재식(張在植) 천용택(千容宅) 임복진(林福鎭)의원 등이 그들이다. 조세형대행은 서울시장출마를 포기하고 당잔류쪽으로 선회한 가운데 지방선거이후의 대표직 자동승계여부에 대한 김차기대통령의 의중이 최대관심사다. 이종찬위원장은 내심 서울시장출마를 선호하고 있고 김차기대통령도 이위원장의 시장후보공천을 검토하는 것 같다는 측근들의 전언이나 안기부장 기용설도 끊이지 않는다. 한광옥위원장은 대표경선도전 등 당잔류를 희망하고 나섰지만 역시 안기부장이나 각료기용설이 꾸준히 나돈다. 박정수부총재는 외교통상부장관, 신낙균부총재는 대통령산하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물망에 오르나 본인들은 함구하고 있다. 또 안기부장이나 재경 법무 국방부장관설 등이 끊이지 않는 다른 중진들도 낙점통보를 기대하면서도 혹시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올지 몰라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연하다. 자민련에서는 비상경제대책위를 맡고 있는 김용환(金龍煥)부총재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다. 그가 당에 남느냐, 아니면 행정부로 옮기느냐에 따라 당내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김부총재는 이미 “당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와 박태준(朴泰俊)총재에게 이같은 ‘희망사항’을 전달했다. 재경부장관 0순위로 거론돼온 김부총재는 앞으로 JP가 총리실로 떠나면 그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김차기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행정부 쪽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본인도 “인사권자의 뜻에 달린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은 “적어도 지방선거는 끝내야 총장으로서 임무를 마치는 것 아니냐”며 당직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정무(李廷武)원내총무도 “국회문제로 발등의 불을 끄기에 바쁜 상황이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강총장은 국무조정실장이나 정보통신부장관 후보로, 이총무는 행정자치부장관 후보로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는 데 대해 싫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밖에 이태섭(李台燮)정책위의장은 외교통상부장관, 조부영(趙富英)정치발전위원장은 산업자원부장관을 희망하고 있는 듯하다.또 구(舊)공화계의 JP 측근인 김용채(金鎔采)노원구청장도 건설교통부장관을 노리고 있다. 낙점을 기다리는 양당 중진들에겐 이번 한 주가 마치 7년처럼 느껴질 것 같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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