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수뇌회담]2시간 만남 『헛바퀴』…시각차만 확인

  • 입력 1998년 2월 11일 19시 51분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임시국회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11일 오전에 열렸던 여야수뇌부회담은 ‘6인협의회’에 바통을 넘긴 채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한나라당 조순(趙淳)총재 및 이한동(李漢東)대표는 2시간이 넘게 설전만을 거듭하다 등을 돌렸다. 이번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시급을 요하는 각종 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지가 불투명해졌다. 뿐만 아니라 만일 여야의 대치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추경예산안이나 고용조정 및 기업구조조정 관련법안을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대외적인 국가신인도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여야에서는 회기연장이나 임시국회 재소집 얘기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날 회담의 분위기는 ‘잠시 맑음 후 흐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전 8시 국회 귀빈식당에 들어선 김차기대통령 등 여야수뇌부는 일단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시작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자신의 의자가 다른 참석자들의 것보다 크자 즉시 교체를 지시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먼저 회의장에 와 기다리던 박총재도 조총재와 이대표를 보자 이대표에게 다가가 “우리는 한 식구 아니냐”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두 시간 후 회담장 밖으로 나서는 김차기대통령과 한나라당 조총재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날 회담에서 여야수뇌부는 △정부조직개편안 △고용조정관련법안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관련법안 △추경예산안 △인사청문회 △거국내각구성 등 미리 적어온 의제를 놓고 하나하나 얘기를 풀어나갔다. 김차기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추경안을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할 경우 선진국들이 지원키로 한 80억달러의 반입이 늦어져 또다시 외환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나라당측을 설득했다. 또 “앞으로 1년간은 여야가 정쟁을 지양하고 국난타개에 힘을 모으자”며 거국내각구성을 위해 야당측에서도 각료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조총재와 이대표는 “인사청문회는 김차기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점을 상기시킨 뒤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또 전교조허용과 공무원직장협의회 구성 등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2시간 동안 이야기가 겉돌자 김차기대통령은 “오늘 만남에서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만큼 회의내용은 입밖에 내지 말자”며 박지원(朴智元)대변인과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 두 대변인을 불러 짤막하게 ‘6인협의회’구성사실 만을 구술했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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