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못한 新여야,국회앞서 『맴맴』…野,일정합의후 번복

입력 1998-02-05 20:28수정 2009-09-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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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회 임시국회가 공전과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은 여야가 5일 열린 총무회담에서도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하자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본회의에 상정, 처리했다. ‘의사일정 작성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의장이 이를 결정한다’는 국회법 76조2항에 따른 절차다. 이번 임시국회는 고용조정 및 정부조직개편, 정치구조개혁특위구성 문제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안건이 산적해 있어 그 의미가 어느 국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여야는 의사일정 협의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왜 이럴까. 한마디로 여야 모두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엄청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정권을 빼앗긴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나라당은 새로운 지도체제 형성 등 내부체제 정비에 혼선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국회 전략에서도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원내총무는 4일 총무회담에서 추경예산 예비심사, 추경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 등이 포함된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이총무가 ‘통솔’하는 부총무단에서 거부당했다. 부총무단의 비토로 결국 이날 국회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4일의 자중지란(自中之亂) 때문이었을까. 5일 총무회담에서 이재오(李在五)부총무가 따라 들어오는 웃지 못할 모습도 연출됐다. 그러나 이 역시 지방선거 연기문제를 둘러싼 내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한나라당 지방자치특위는 2일 지방선거 연기 반대를 의결했다.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지방선거 연기 여부를 표결에 부쳤으나 정족수 미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득총무는 총무회담에 참석, 지방선거 연기에 합의했다. 그 결과 3일 본회의에서는 한나라당 총무가 합의한 지방선거 연기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나서서 반대토론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물론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1일 본회의에서도 이총무가 합의한 외채동의안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들고일어나는 바람에 다시 의원총회를 소집해야 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우왕좌왕하자 정치권에서는 국가가 위급한 시기에 거대야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는 4일 여야 총무회담에 참석, “이번임시국회회기중추경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17일로 예정된 국제통화기금(IMF)이사회에서 20억달러 추가 금융지원이 유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여당의 대응 역시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가 총무회담에서 야당때와는 달리 시종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관계자들의 불만이다. 특히 국민회의 김경재(金景梓) 김민석(金民錫)의원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연습하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냐” “IMF 비상 거국 체제에서 몸집이 큰 야당이 혼선을 거듭하면서 사사건건 시비하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발언한 것도 한나라당 의원들을 크게 자극했다. 결국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는 4일 두 의원의 발언을 집중성토했고 5일 김재천(金在千)의원은 본회의에서 두 의원에 대해 직격탄을 퍼부었다. 여야가 새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당리 당략보다 국가적 어려움을 먼저 배려하지 않는 한 남은 임시국회 기간에 파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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