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전국 민심의 「종합축소판」이다. 지역색이 엷어 「표쏠림」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각당은 전체유권자 3천2백32만여명 중 22.8%(7백36만여명)가 살고 있는 서울을 일찌감치 전략지역으로 정하고 표밭갈이에 정성을 쏟아왔다. 그러나 어느 당도 『서울은 우리 땅』이라고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역 선거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야성(野性)이 강하다는 것. 96년 4.11총선을 제외하고 역대선거에서 야당이 여당보다 높은 지지를 얻었다.
서울은 또 유권자 개인의 판단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 뚜렷한 여론주도층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까지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대중후보는 35∼40%대, 이회창후보는 30∼35%대, 이인제후보는 15∼20%대의 지지를 얻었다.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동아일보 여론조사의 지지도도 김대중후보 36.5%, 이회창후보 33.8%, 이인제후보 13.9%였다.
한때 김후보는 40%를 넘는 지지율로 이회창후보를 10%포인트이상 앞선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이후 「DJP연대」의 역풍이 불고 이회창후보가 상승세를 타면서 두 후보간의 격차는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각당 선거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영남권이 이회창후보 지지로 돌아서면서 영남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은 강남 서초 송파 등 중상류층 거주지역에도 그 영향이 미쳤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달들어 경제파탄 책임공방이 가열되면서 표의 흐름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비공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은 답보하거나 약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인제후보는 강북지역 서민층과 20, 30대 유권자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2위권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 국민신당측은 서울지역에 어느정도 영향력이 있는 박찬종(朴燦鍾)전의원의합류로 이인제후보의 지지율도 올라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각 후보진영은 14일 3차 TV합동토론회의 결과와 경제파탄 책임론의 향배 등이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는 부동표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제파탄과 고용불안 등의 영향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낮다. 11일 밤 여의도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씨(46)는 『승객들의 여론이 어떠냐』고 묻자 다짜고짜 『나라가 거덜이 났는데 책임지는 ×은 없고….어느 ×이 된들 나라꼴이 달라지겠느냐』고 비난했다.
선거가 임박했지만 유권자의 가슴에는 열기보다 스산한 찬바람만이 스쳐지나가고 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