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정치권,실명제 「위기해법」 충돌

  • 입력 1997년 11월 28일 20시 29분


대선전이 본격화하면서 청와대와 정치권이 경제위기 타개책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양상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국민회의 국민신당 등 각 정당은 28일 일제히 금융실명제의 유보 또는 보완 및 대출금상환유예 등의 조치를 주장하고 나섰으나 청와대측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국민회의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후보는 이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대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혀 사태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후보는 이날 가진 경제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기간 중 금융실명제의 전면 유보 △전 금융권의 대출금상환 6개월 유예 △내년 예산 10조원 경감 등 10개항의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을 요구했다. 김후보는 『김대통령이 이같은 요구를 즉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통령에 대한 경고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거나 필요하면 탄핵소추까지 결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김대통령은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온 과정에서 여러가지 위법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후보가 제시한 10개항의 요구사항에는 △금융기관예금자 예금의 100% 보장 △무기명장기채권발행 △6개월간 근로자해고중지 및 모든 임금동결 △부실채권정리기금 증액(20조원으로) △중소기업 보증기관출연금 증액(1조원으로) △부실종금사 정리 △정부기구축소조정을 위한 행정개혁 등이 포함돼있다. 한나라당의 맹형규(孟亨奎)선대위대변인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금은 경제살리기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긴급히 취해져야 할 때』라며 『김대통령은 대출자금상환의 한시적 유예와 한국은행의 과감한 특융지원 등을 골자로 한 긴급경제명령을 즉각 발동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이 실명제보완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금명간 국회를 소집, 금융실명제 대체법안을 조세법체계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보완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민신당의 한이헌(韓利憲)정책위의장도 이날 『각당 추천 전문가와 정부대표자가 모여 금융실명제보완을 논의하기 위한 「실명제대책협의체」를 발족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같은 실명제유보 또는 보완을 위한 독자입법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김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주장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했다. 김영섭(金永燮)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실명제에 관한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동관·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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