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회담 대화록]『경제 살립시다』모처럼 합심

  • 입력 1997년 11월 22일 08시 10분


최근의 경제난 극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저녁 청와대에서 만찬회동을 가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후보 조순(趙淳)총재, 국민회의의 김대중(金大中)후보와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등 정치권 지도자들은 2시간35분 동안 진지한 분위기속에 대화를 나누었다. 이날 회동 첫머리에 김대통령과 김후보, 박총재간에 얘기가 오가는 동안 이후보는 줄곧 침묵으로 일관했고 경제문제 논의과정에서도 김대통령을 몰아세우는 등 김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후보는 IMF지원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조의사를 밝히면서 이후보가 김대통령의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에 이의를 제기하자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한편 당초 작성키로 했던 합의문은 모임의 성격상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작성하지 않았다. 청와대측은 이날 회동 후 김대통령과 이후보간의 단독회동을 추진했었으나 이후보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무산됐다. 다음은 청와대와 김후보측이 전한 대화내용. ◇IMF지원요청 ▼김대통령〓경제회생을 위해 마련된 모임이니 기탄없이 고견을 말해달라.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느낀다. 금융외환시장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IMF의 자금활용을 검토하고 있으니 적극 협조해달라. ▼조총재〓IMF자금활용은 옳은 방향이다. 그동안 정부가 IMF지원이 잘못되는 것처럼 인상을 준 것이 문제다. ▼이후보〓IMF자금지원요청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가 안받는다고 공언하다가 지원을 받게 돼 국민의 자존심이 상했다. ▼김후보〓IMF자금차입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도 85년까지 IMF구제금융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악영향만 준 게 아니다. 여러가지 충고와 압력이 경제체질개선에도 도움이 됐다. ◇정부책임 ▼이후보〓나라 경제가 이처럼 심각한 지경까지 이른 데 대해 대통령이 책임지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김후보〓(기아문제를 예로 들며) 오늘의 사태는 인재로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정부는 노사정 협력체계를 만들어 난국을 타개해달라. 또 부총리는 외화절약을 위한 국민운동을 지원해야 한다. ▼박총재〓앞으로 명확히 모든 것을 정확히 발표해야 한다. 왜 속이느냐. 그래서 루머가 생긴다. ◇금융개혁법안처리 ▼김대통령〓지난 정기국회에서 금융개혁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해 안타깝다. 금융산업의 장래와 위기타개를 위해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협조해달라. ▼김후보〓이번 금융개혁은 관주도적인 경향이있다.국회를빨리 열어 11개법안을먼저처리하고한은법과금융감독기구 통합관련법은 선거 후에 다루자. ▼이후보〓정부가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야당도 국회에서 반대해야 하는데 토론조차 거부했다. ▼박총재〓부총리가 3당 정책위의장과 협의해 처리토록 하자. ◇APEC참석 ▼김대통령〓APEC정상회의에서 주요국 정상들을 만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후보〓국민은 어려운 때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는 것에 대해 꼭 가야 하느냐는 생각인 것 같다. ▼김후보〓APEC에는 갈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IMF를 움직이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그런 국제모임에 나가 각국 정상에게 한국이 과도하게 악화된 것처럼 보도된 것 등에 대한 실상을 밝히고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APEC에 불참할 경우 공신력에도 문제가 있다. 준비를 잘해 좋은 교섭을 해야 한다. 〈이동관·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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