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법안처리 불투명 파장]금융대란 우려

  • 입력 1997년 11월 17일 20시 34분


금융개혁법안의 국회처리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우려했던 금융대란이 가시화하는 등 파장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잠잠했던 금융시장이 17일 다시 요동을 치자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과 국채발행 등 「극단처방」이 제기됐다. 강경식(姜慶植)부총리가 「금융위기의 유일한 대책은 금융개혁법안의 국회통과」라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다가 무산위기에 처하면서 결국 우리경제가 벼랑끝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튼튼한 날개를 달지 못한 우리 경제상황에서 위기를 벗어날 길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재정경제원 당국자는 이날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외신인도가 가속적으로 나빠지면서 우리경제는 중대한 고비를 맞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당국자가 공식적으로 「중대한 고비」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러나 재경원 윤증현(尹增鉉)금융정책실장은 『어떤 상황에서든 차선책을 준비하는 게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금융파국의 가능성은 부인하고 있다. 재경원은 중앙은행법과 통합감독기구설치법이 유보되면 금융개혁법의 무산으로 간주, 이에 따른 대책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후속대책의 골자는 대외신인도의 회복과 금융산업 경쟁력강화에 맞춰져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하여 대외신인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채권을 그대로 방치하면 일부 시중은행과 종금사의 파산은 불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정부부담으로 이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재경원은 국채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성, 부실채권정리기금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부실정리기금이 10조원에 이르면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실채권 정리과정에서 더이상 생존이 어려운 금융기관은 정부직권으로 인수합병(M&A)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외환위기 대책도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재경원 금융실 관계자는 『대외신인도가 더욱 실추되면 기존채무상환의 재연장이 어렵고 만기가 안된 채권의 상환요구마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경우 현재의 외환보유고(3백억달러 미만)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개혁 혼선에 따른 경제팀 인책론이 제기되면서 경제구심점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강부총리가 그간 금융개혁법안을 유일한 대책인양 강조해온 점을 감안하면 그의 경질없이 금융시장 안정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주장하는 11개 법안의 선별처리도 설득력을 얻게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지만 대외신인도를 감안할 때 완전무산보다는 선별처리가 낫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11개 법안만 선별처리되면 우리 정부의 금융개혁의지가 대내외에 부분적으로 확인되는 만큼 대외신인도의 하락도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IMF 구제금융까지 내몰리는 사태는 예방해보자는 것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11개법안을 처리해 통합예금보험공사를 급한대로 설립, 금융산업 인수합병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경원은 물론 국내외 상당수 경제전문가는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한 만큼 금융위기가 해소되는대로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 정부의 금융안정대책이 위기탈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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