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신한국당을 탈당함으로써 앞으로 당정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정부는 정책의지를 집권당인 신한국당을 통해 구현해 왔으나 앞으로는 여야 구분없이 국회전체를 통해 실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국민회의 자민련 민주당 등 제2, 제3, 제4당과의 협조관계를 돈독히 해야할 뿐만 아니라 이제 여당이 아닌 원내 제1당인 신한국당의 견제공세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형편이다.
내각 입장에서는 모든 정당들이 「아군이 아닌 비판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그만큼 법안이나 예산안을 통과시키기가 어려워졌다. 내각은 이제 국가전체와 국민의 입장에서 정당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정당들도 정파적 입장에서 내각을 공격하거나 보호하는 입장에서 떠나 정책평가의 자세로 안건들을 심의 의결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됐다.
내각을 이끌고 있는 고건(高建)국무총리는 대선을 앞두고 진작부터 신한국당과의 고위당정회의를 열지 않고 여야지도자들을 두루 만나 협조를 당부하는 등 바뀐 정부―국회관계에 대비해 왔다. 고총리는 행정을 잘 아는데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치적 색깔없이 여야를 잘 설득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예산안과 금융개혁법안 등 각종 안건들이 정기국회가 폐회되는 18일까지 어떻게 심의 처리될지 정부측은 고민중이다.
〈윤정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