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의 권력 나누기 합의문은 처음 본다. 정말로 「연구대상」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DJP단일화 합의문중 권력 나누기에 대한 학자 등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물론 비판적 시각이다.
서구 내각제 국가들은 대개 총선후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한 세력이 없을 경우 정당연합에 의해 집권당을 구성한다. 공동의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책연합이다.
하지만 이번 DJP합의문처럼 선거도 치르기 전에 자리 보장과 지분 비율을 정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의 선택권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DJP합의가 선거법상 후보매수죄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시비를 낳은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집권후 공동정부의 총리(수상)는 「자민련측」이 맡기로 수정, 논란을 우회(迂廻)하긴 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양당의 합의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양당은 국무위원을 50대50 동등 비율로 배분하는 것은 물론 다른 세력이 참여할 때는 양당이 같은 비율로 지분을 나눠주기로 했다.
또 대통령이 임면하는 공무원과 정부산하 단체장에 대한 인사권도 철저히 반분(半分)하기로 양당이 암묵적으로 합의했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공직자의 정당에 대한 줄대기가 횡행할 것이란 우려가 없지 않다.
양당은 나아가 98년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공천권까지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 지분을 나누겠다고 합의했다. 공천권을 반분한다는 것은 합당(合黨)과 다를 바 없다. 지난 90년 3당합당의 부정적 측면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연대」표현을 썼을 뿐 사실상 합당상태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이정희(李政熙)교수는 『3당합당 이래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괜찮다는 발상은 국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양당은 『정당간 연합과 연립은 정당정치의 본질이고 이를 위해 지분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정치행위이며 일종의 선거공약』이라고 설명한다. 양당은 또 『밀약(密約)을 맺은 것도 아니고 국민 앞에 너무 자세히 밝혀서 탈이라는 얘기냐』고 주장한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헌정 반세기 동안 평화적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 보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거대 여권(與圈)에 맞서려면 소수당이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면서 『집권후 발생할 갈등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지분 등을 결정했다고 해서 야합으로만 밀어붙이는 것은 집권층의 정략적 매터도』라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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