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조순 회담]공개못할 깊은얘기 오간듯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25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민주당 조순(趙淳)총재의 청와대 조찬회담은 오전 8시부터 1시간37분 동안 계속됐다. 두 사람은 조홍래(趙洪來)정무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날씨와 등산얘기 등으로 회담을 시작한 뒤 1시간여 동안은 배석자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 있은 김대중(金大中)총재와의 회담형식에 맞춘 것이었다. 두 사람은 경제현안 외교안보문제 대선정국관리 등 국정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수석은 특히 경제분야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발표했다. 조총재는 국내외 경제와 증권시장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소수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제자문기구」 구성을 제안, 김대통령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회담은 경제문제보다 조총재가 주창한 「건전세력연대」에 대해 김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하는 것이 더 큰 관심거리였다. 건전세력 연대는 궁극적으로 「반(反)DJ」 또는 「반DJP연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이와 관련, 모두 『조총재가 건전세력 결집을 통해 국론의 분열을 막고 앞으로 큰 틀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으며 대통령은 대답없이 경청했다』고만 밝혔다. 그런데 조총재는 『김대통령이 건전세력연대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느냐, 아니면 의견을 개진했는데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이냐』는 거듭된 물음에 『대통령의 의견은 있었지만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조총재는 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전체 회담시간의 4분의1정도(약15분)를 차지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총재는 『김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감(感)을 잡았다』고 말했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조총재는 그러면서 『김대통령이 건전세력연대에 대한 내 의도를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대통령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공개되지 않은 깊은 얘기가 오갔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조총재의 이 말이 김대통령이 건전세력 연대, 좀더 직설적으로 말해 「정계개편」에 대한 지지입장을 내비쳤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많다. 조총재가 『김대통령은 김대중총재와의 회동에서 정계개편은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세상의 모든 일이 개인의 의도 또는 예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이나 『김대통령이 「DJ거부심리」를 철회한 것으로 느꼈느냐』는 질문에 한참 생각하더니 『모르겠다』며 비켜간 것도 그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는 또 신한국당 김덕룡(金德龍) 서석재(徐錫宰)의원 생각과 김대통령의 정국인식이 같으냐는 물음에도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고 했다. 종합하면 김대통령은 조총재가 주창하는 건전세력 연대나 정계개편에 대해 적극적 지지나 적극적 반대 등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조총재의 설명에 대해 김대통령은 「알았다」는 정도로 말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두 사람은 신한국당의 내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측은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회담거부에 대해 『재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조총재는 건전세력 연대를 위한 세결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계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앞으로 정계개편은 있어야 한다』면서 『이회창총재를 27일 만나는데 이어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와 조만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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