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대선후보 회담]엇갈린 반응속 주도권잡기 부심

  • 입력 1997년 10월 23일 19시 40분


23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대선후보 개별면담 제의에 대해 신한국당은 그 저의를 의심하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국민회의와 민주당, 국민신당(가칭)은 환영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자민련은 『만나서 할말이 뭐 있겠느냐』며 달가워하지 않았다. ▼신한국당〓이회창(李會昌)총재측의 첫 반응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냐』는 것이었다. 이총재가 김대통령을 향해 탈당 요구를 한 바로 다음날 회동을 전격 제의한 것은 결국 「이총재 물먹이기」라는 게 이총재측 시각이다. 신경식(辛卿植)비서실장 등 이총재의 측근의원들은 이날 낮 모임을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총재측은 일단 회동의 명분이 「공정한 대선관리」인 만큼 거부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총재가 김대통령에게 직접 탈당을 요구하는 한편 김대통령이 「딴 생각」을 가질 수 없도록 분명하게 쐐기를 박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측이 경계하는 대목은 김대통령이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민주당 조순(趙淳)총재 등과 일을 꾸밀 가능성과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와 모종의 막후타협을 벌일 가능성이다. 일이 그렇게 돌아갈 경우 92년 대선자금 등 확보 가능한 김대통령의 약점으로 발목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총재측은 모처럼 마련한 정국 변전(變轉)의 주도권이 청와대쪽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 불쾌해 하는 분위기다. ▼국민회의〓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일단 『12월 대선을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로 치르는데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대변인은 이어 『선거국면이 후반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었는데 이번 회담은 국민을 안심시키고 경제수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국민회의가 주목하는 대목은 이번 개별회담제의에 김대통령이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가 실려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이총재가 김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 다음날 회담제의를 했을 뿐만 아니라 김총재를 먼저 만나겠다고 한 것은 김대통령의 의중이 사실상 이총재를 떠나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김총재는 이제 김대통령의 중립의지를 「신뢰」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자민련〓김종필(金鍾泌)총재는 썩 내키지 않는 듯하다. 김총재는 이날 당사를 찾은 조홍래(趙洪來)대통령정무수석이 『27일 아침에 만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자 『며칠 시간이 있으니 생각을 한 뒤 연락해주겠다』고 답했다. 김총재는 조수석과의 면담에 앞서 측근들에게 『당장이라도 국민투표에 부쳐 내각제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만나서 무슨 할 얘기가 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조순총재는 이날 오후 마포당사에서 조홍래수석의 예방을 받고 『대통령이 정당의 책임자들과 만나는 것은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며 『이번 회담이 정국수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오을(權五乙)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번 회담이 난마처럼 얽힌 정국과 파탄 직전의 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신당〓이인제전경기지사는 『김대통령의 면담제의는 공정선거관리를 위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환영했다. 이전지사의 측근들은 이번 회동제의는 신한국당 이회창총재를 「여러 후보중의 한명」으로 간주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김창혁·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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