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회담/「金心」의도]정국수습 「비장의 카드」

  • 입력 1997년 10월 23일 19시 40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5인 대선후보들과의 개별회동이라는 「카드」를 꺼낸 이유는 자명하다. 「DJ(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비자금」 파문의 후유증과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의 탈당요구 등으로 난마처럼 얽힌 대선정국을 주도적으로 수습하기 위해서다. 대선후보들과의 개별회동 자체는 김대통령이 「공정한 대선관리」 의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상당히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것이었다. 따라서 시기선택만이 문제였다. 김대통령이 김대중총재의 개별회동요청을 즉각 거부하지 않고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22일 이회창총재의 탈당요구에 거부의사를 표명한 직후 개별회동 방침을 밝힌 데서는 또다른 정치적 의미가 엿보인다. 그동안 정국혼란속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해온 김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이총재의 탈당요구에 김대통령이 격노했던 점에 비추어 이총재측의 공세에 대응한 우회적인 「역공(逆攻)」으로 풀이된다는 얘기다. 특히 청와대측이 「일정상의 편의」를 표면에 내세웠지만 김대중총재를 첫 회동대상으로 정한 것도 시사적인 대목이다. 일찍이 개별회동을 요청하며 끊임없이 「화해의 손길」을 뻗쳤던 김총재에 대해 화답한 것이라는 의미부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자금파문이 터지기 전만 해도 청와대내에서는 『대선문제에 관해 대통령은 이미 마음을 비웠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와 「DJ 절대불가론」에서 한발짝 후퇴한 듯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이번 회동이 탈당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청와대측은 「스스로 만든 당을 떠날 이유가 없다」는 탈당거부논리를 내세우며 단호한 자세로 부인한다. 김대통령은 이번 회동을 검찰의 수사유보 결정을 둘러싼 이총재쪽의 「오해」를 푸는 기회로도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가진 듯하다. 그러나 양측간 감정의 골이 팰대로 팬 상황을 감안하면 의도했든 안했든 이번 회동이 결별을 위한 「모양갖추기」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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