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더러운 정쟁」속으로』…비자금 공방 뛰어들듯

  • 입력 1997년 10월 13일 20시 06분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간의 「DJ(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 비자금」 공방에서 발을 빼는 자세를 보였던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가 팔을 걷어붙이고 싸움판에 뛰어드는 태세다. 이총재는 12일 부산지역 주요당직자들과의 만찬에 이어 13일에도 「DJ 비자금」 문제 제기의 정당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총재는 이날 울산지역 단체장 등과의 오찬에서 『우리는 지금 혁명적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행동은 폭로가 아니라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폭로를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누가 먼저 폭로를 했는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병역문제를 끄집어 냈던 국민회의측을 겨냥했다. 이에 앞서 부산지역 기독교지도자와의 조찬에서는 『김총재 비자금 문제 제기를 인기만회 술책으로 보는 것은 유감』이라며 『낡은 정치의 껍질을 깨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13일 오후 울산시지부 창당 및 필승결의 대회에서도 『부정부패가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총재가 이날 「혁명적 과업」이라는 말까지 꺼내면서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당초 이총재는 「더러운 정쟁」으로 비쳐질 수 있는 비자금 공방에서 비켜선 채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물러서면 죽는다」고 판단한 듯하다. 아무튼 이총재측은 비자금 문제제기의 전략상 실책은 자인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앞으로는 「20억원+α」나 친인척 비자금 문제 등 김총재의 도덕성 공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울산〓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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