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국민회의,「폭로」 암중혼전…득실계산 분주

  • 입력 1997년 10월 11일 19시 59분


김대중(金大中·DJ)국민회의총재에 대한 신한국당측의 비자금 의혹 제기에 따른 대선후보 진영의 이해득실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신한국당이 노린 「DJ 죽이기」라는 목표부터 성공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비자금 파동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김총재 지지율의 2% 안팎 하락은 신한국당의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지율도 비슷한 정도로 동반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신한국당 김윤환(金潤煥)고문도 『이번 폭로전으로 김대중총재가 어느 정도 타격은 받겠지만 그렇다고 김총재로부터 이탈한 표가 이회창총재에게 넘어간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폭로전의 효과에 의문을 표시했다. 오히려 정쟁(政爭)을 위해서라면 경제까지도 희생시킬 수 있다는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중산층 이상, 특히 자영업 계층의 투표심리에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국민회의측은 폭로전이 「DJ 대세론」을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국민회의는 특히 이달 안으로 자민련과의 후보단일화 협상을 마무리지으면 「DJ 대세론」이 「DJP 대세론」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가 9일 김대중총재에게 위로전화를 걸어 「단일화 이상무」를 밝히는 한편 10일엔 『금년에는 여러 정황이 안돼 내각제실현이 안될 것』이라며 여권과의 제휴가능성을 배제한 것도 국민회의측으로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다만 비자금 폭로전으로 대선전의 「다자(多者)구도」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양자 대결구도로 압축돼가는 듯한 양상은 국민회의가 원치 않은 상황이다. 사태추이를좀더지켜봐야 확실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가비세(非勢)로추락하고 양자 대결구도가형성될 경우 국민회의측으로서도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비자금 폭로전이 전개되자 당사자인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에 대한 염증이 깊어져 「이인제 대세론」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됐지만 현재까지의 여론조사에서는 그같은 징후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측이 내심 가장 경계하는 대목은 비자금 폭로전이 지역대결구도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즉 신한국당측이 「DJ 죽이기」를 통해 호남의 DJ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그같은 현상이 비호남지역의 「DJ 경계심리」를 부추기는 「암수(暗手)」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국민회의 임채정(林采正)정세분석실장은 『신한국당이 우리 당 의원총회에서 「비자금폭로전으로 DJ가 안되면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운운한 발언을 확산시키는 전략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겨 영남표의 이탈방지를 꾀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우려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다소간은 영향이 있을지 몰라도 92년 대선 당시 초원복집사건과 같은 결정적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국민회의측 계산이다. 국민회의측은 이미 부동의 1위를 유지해오면서 다져진 지지는 과거 선거때마다 나타났던 지역정서 등을 극복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대형 이슈로 타격을 받지 않는 한 지지율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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