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說/폭로 취소]반신반의 여론에 부담느낀듯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신한국당이 9일 터뜨리기로 했던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비자금의혹 「제2탄」의 공개를 일단 미루기로 한 것은 이날 두차례의 당직자회의에서 결정됐다. 8일 저녁까지만 해도 여러 당직자들은 『내일 제2탄을 터뜨릴 예정이며 2탄이 공개되면 김총재는 꼼짝없이 두 손을 들고 말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9일 갑자기 신중론이 나온 것이다. 이미 실무진이 추가폭로내용 검토도 끝내고 발표문안도 거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열린 당직자회의에서 폭로 일단 보류를 결정했지만 김총재를 더욱 몰아붙여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오전 9시 첫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2차 폭로가 경제위기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대두됐다. 비자금 폭로의 주역인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8일 밤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하느라 서울에 올라오지 못해 이 자리에 불참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한동(李漢東)대표가 먼저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을 들면서 『세 번째로 폭로하기로 한 김총재 일가 명의의 비자금을 앞당겨 폭로하고 2차로 폭로하기로 한 비자금 제공 기업인 명단은 뒤로 미루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목요상(睦堯相)원내총무 등 대다수의 당직자들은 이대표의 제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총재에게 돈을 주었다는 기업인 명단을 공개하면 재계에 태풍이 몰아치고 침체해있는 경제가 더욱 휘청거릴 것이란 지적이었다. 폭로정국에 대한 여론이 양비론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이 때문에 1차 폭로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선기획단 기획본부장인 서상목(徐相穆)의원은 지방신문사가 8일 합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보고했고 당 부설 사회개발연구소가 자체실시한 여론조사결과도 보고했다. 지방신문사의 여론조사결과는 김총재의 지지도가 비자금 폭로에도 불구하고 10여일 전에 비해 2.7% 상승했고 사회개발연구소 여론조사 결과는 김총재와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모두 2%정도 하락했다. 당직자들은 오전에 서울에 도착할 예정인 강총장이 당사에 나오는대로 다시 당직자회의를 소집, 2차 폭로의 내용과 수위를 결정하기로 하고 1시간여만에 일단 회의를 끝냈다. ○…강총장이 오전 11시경 당사에 도착, 곧바로 강총장 주재로 2차 당직자회의가 사무총장실에서 열렸다. 폭로 내용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회의였다. 그러나 2차 당직자회의에서는 1시간 넘게 토론을 벌인 끝에 「20억원+α」의 α부분 계좌번호만 공개하고 덩치가 큰 폭로는 미루기로 결정했다. 1차 폭로 내용에 대해 국민회의측이 여러가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고 이 때문에 일부 국민 사이에서는 폭로 내용에 신빙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1차 폭로 내용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추가 폭로를 할 경우 2차 폭로까지도 마치 정치공세로만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 당직자는 『국민회의가 꼼짝못하고 시인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분명한 증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다른 당직자도 『서둘러 2차 폭로를 하는 것보다는 국민회의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추가 폭로를 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을 폈다. 물론 『2차 폭로를 미룰 경우 오히려 밀리게 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일단 2차 폭로를 미루는 대신 1차 폭로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계좌번호와 의문점 등을 해소할 증거자료를 공개하기로 결론이 났다. ○…자칭 「메가톤급」이라는 추가폭로는 일단 보류한 채 강총장과 김영일(金榮馹)제1정책조정위원장 이사철(李思哲)대변인 등은 오후에 별도로 모여 앞으로의 대책과 추가폭로를 할 경우 예상되는 파장 등에 대해 마라톤회의를 계속했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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