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說 파문]대선구도 연대움직임 『일단멈춤』

  • 입력 1997년 10월 8일 19시 52분


신한국당이 터뜨린 김대중(金大中·DJ)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며 제정파간 연대 움직임에도 이상기류가 형성됐다. 야권의 연대추진 발걸음이 주춤해졌고 탈당움직임을 보이던 신한국당내 비주류도 동요하고 있다. 비자금 파문 추이에 따라 대선구도 자체가 변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장 정치권은 이번 파문에 따른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J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것이 어느 정도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신한국당 주류 ▼ DJ 지지율의 상승세가 멈춘다면 그것만으로도 DJ 대세론을 저지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신한국당으로선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들어서면 신한국당은 2단계 구상의 실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반(反)DJ연합」작업을 펼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신한국당 관계자들의 전망이 그리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DJ 지지율의 답보 또는 하락이 곧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채 여야간의 정치공방만 장기화할 경우 폭로내용에 대한 입증부담을 안고 있는 신한국당에 여론의 「역풍(逆風)」이 불 것도 우려한다. ▼ 조순―이인제 진영 ▼ 조순(趙淳)민주당총재나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진영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진흙탕 싸움으로 「반DJ 비(非)이회창」 정서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비자금정국에 대처하기 위한 이들 진영의 기본전략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폭로공방과 다소 거리를 두면서 양당을 함께 몰아붙이는 「소그룹 차별화」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조―이진영은 이번 파문이 오히려 「이총재 대 DJ」의 양자구도로 정리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내색은 않지만 여권의 방대하고 치밀한 정보수집 능력 및 제2, 제3의 비자금의혹 폭로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도 연대를 꾀하는 세력들의 발목을 잡는 한 요인이다. ▼ DJP단일화 ▼ 여권 내에서 「DJ파일」외에도 「JP(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 파일」이니 「이인제파일」이니 하는 말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됐다. 최근엔 신한국당내 비주류 핵심인사들에 대한 파일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번 파문의 불똥이 김영삼(金泳三·YS)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로까지 번질 경우 여야를 포함한 기성정치권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이들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 당장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후보단일화협상이 자민련의 속도조절로 서행(徐行) 기미를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번 파문의 추이를 가늠하기 어려우므로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게 자민련의 현재 분위기다. 자민련의 공식입장에 변화는 없다. 실무협상과 두 김총재의 최종담판은 별개라는 방침 아래 합의문 초안작성 등 실무협상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자금정국의 진행상황에 따라서는 자민련내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신한국당의 폭로 후 자민련내에 「DJ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든데다 DJ비토그룹의 JP달래기도 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JP도 7일 관훈토론회에서 『사실로 드러나면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라 당초 15일에서 20일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던 두 김총재의 담판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DJ의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JP가 전혀 새로운 모색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국당 또한 JP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 신한국당 비주류 ▼ 10일경 신한국당을 탈당, 민주세력연합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신한국당의 서석재(徐錫宰)의원도 거취표명 시기를 예정보다 4∼5일정도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서의원의 측근들은 특히 신한국당의 폭로에 이총재가 주도적으로 관여했는지 아니면 YS가 개입했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YS의 의중을 탐색하고 있다. 서의원은 7일밤 탈당만류를 위해 자택으로 찾아간 부산출신 의원들의 면담요청을 거절, 탈당의사를 확실히 굳힌 것으로 보이나 조금 더 비자금정국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생각인 것같다. 중심인물인 서의원의 관망에 따라 조총재와 이전지사 진영 및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간의 민주세력연합 논의도 당분간은 뚜렷한 진전이 없을 것같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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