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연설회 찬반양론]이정희/『막대한 비용 불보듯』

  • 입력 1997년 10월 4일 20시 53분


《여야가 정치개혁협상에서 옥외집회를 허용키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선관위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여야는 옥외집회의 횟수나 규모를 줄이는 등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권자들이 후보의 연설을 직접 듣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물론 없다. 그러나 이번 정치개혁협상의 목적이 고비용정치구조 타파에 있다면 후보들의 장외 유세대결은 최소화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여야가 당초의 입장을 바꿔 시군구까지 옥외 정당연설회를 개최토록 잠정 합의한 것은 국민의 여망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다. 92년 대선당시 선거자금으로 1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공조직보다는 사조직을 운영하는데 많은 돈이 들었고 사조직 비용중 상당액은 각 지역 정당연설회의 인력동원비로 사용됐다. 3백회 이상의 정당연설회를 열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정당연설회를 무제한 허용하는 것과 같다. 그럴 경우 또다시 막대한 선거비용이 들어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 결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선거자금을 모을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현재 매우 어렵다. 그런데 또다시 대중동원식 선거운동을 하겠다면 정권을 잡기 위해 경제를 버리겠다는 발상이다. 여야가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정치개혁협상을 타결짓는다면 국민과 시민단체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이정희<한국외대·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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