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파일/3黨-이인제측 반응]『그것 봐라』맹렬비난

  • 입력 1997년 9월 26일 20시 31분


26일 자민련과의 공동집권구상과 내각제개헌문제를 검토한 국민회의의 내부비밀문건이 공개되자 신한국당과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진영 등은 일제히 『권력을 잡기 위한 밀실야합』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또 국민회의와 후보단일화협상을 벌이고 있는 자민련은 또다시 김대중(金大中·DJ)총재에 대한 신뢰문제를 들고 나왔다. ○…신한국당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런 구상은 실현불가능한 것으로 정권욕에 눈이 먼 정상배들의 야합 내지는 국민 눈속임, 또는 자기들끼리 서로 속고 속이는 정치노름』이라고 혹평했다. 이대변인은 『그들의 말대로라면 DJP연합정권은 탄생과 동시에 개헌논의에 휩싸여 국정은 표류하고 권력나눠먹기에 날이 새고 말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한국당 관계자들은 이 구상에 김대중총재가 내각제개헌 이후에도 계속 집권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는 점을 십분활용, 「DJ거부감」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회창(李會昌)대표의 한 측근은 『김총재의 장기집권의도를 효과적으로 선전할 경우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반(反)DJ세력」을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내각제개헌을 토대로 한 보수대연합에 반대해 온 비주류도 김대중총재의 공동집권구상을 비난하고 이대표 등 주류측이 내각제개헌의 유혹에 넘어가지나 않을까 경계하는 눈치다. ○…자민련은 『국민회의측 속셈을 벌써부터 간파하고 있었지만…』이라며 혀를 차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단일화협상의 상대인 김대중총재에 대한 「신뢰문제」가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일부 당직자들은 『국민회의측이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이원집정부제 얘기를 쉽게 꺼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이날 『이미 시효가 지난 옛날 문건이 아니겠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순수내각제에 국민회의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재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오늘 비서실에는 「그것 봐라. DJ에게 절대 속아서는 안된다」는 지지자들의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다』고 전했다. 한 당직자는 특히 『대통령이 통일 안보를 맡겠다는 발상인데 그것은 색깔시비가 가시지 않은 DJ보다는 자민련이 맡아야 보수성향의 표를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당직자들은 『그나마 국민회의가 제3안, 즉 마지막 카드로 순수내각제를 검토하고 있는 걸 보니 향후 협상방향은 정해진 것』이라며 『국민회의도 이제 딴소리를 못하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민주당 權五乙(권오을)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회의측이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는 김대중총재가 개헌 후에도 끝까지 은퇴하지 않겠다는 장기집권을 위한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대변인은 『코앞에 닥친 대선을 앞두고 엄연히 헌법에 명시돼 있는 현행 대통령중심제를 정권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마음대로 찢고 꿰매려 하는 것은 선량한 국민을 기만하려는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도 『김대중총재가 정권욕에 급급한 나머지 국민을 농간하는 술책들을 펴고 있다』면서 『이같은 술책들을 즉각 중단하고 현행 대통령제로 정정당당히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진영은 『국가와 민족의 명운이 걸린 권력구조를 일부 세력들과 밀실에서 야합으로 결정하려 했다는 점에서 역사를 거스르는 망발』이라고 비난했다. 윤재걸(尹在杰)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대중총재가 쿠데타로 민주의 싹을 짓밟았던 세력과 권력 나눠먹기를 시도했다는 것은 무슨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10년 전 전국민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대통령제를 노욕에 찬 정치인과 목숨부지에 연연해하는 정치배들에게 내주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전지사 진영은 대선구도를 「DJ 대 이전지사」의 양자대결로 굳힌다는 차원에서 국민회의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최영묵·최영훈·이원재·이철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