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최근 작성한 「D―100일 대선전략」 문건은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주장한 「대통합의 정치」가 곧 범여권의 결속 또는 보수대연합을 지향하는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 문건이 범여권 통합을 위한 대세몰이의 마지막 단계로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총재, 조순(趙淳)민주당총재와의 연대 추진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 문건이 명시적으로 김총재와 조총재는 「우호(友好)」로, 재야후보와 노동계후보는 「무시(無視)」로 분류하고 있는 것에서도 「대통합의 정치」의 지향점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
신한국당의 이같은 전략은 기본적으로 대선구도를 이대표와 김대중(金大中·DJ)국민회의총재의 양자대결 구도로 몰고가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양자대결 구도가 정립돼야 조총재나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의 득표력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반(反)DJ 정서」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국당은 또 보수대연합에 대한 암시를 통해 DJP후보단일화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수대연합은 결국 「반 DJ」연합인 셈이다. 즉 범여권의 주적(主敵)이 DJ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범여권의 결속에 의한 세확산을 꾀하려는 의도가 바탕에 깔려 있다.
신한국당은 범여권 통합작업의 1단계인 비정당단체인사 영입 대상자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정권 때 국무총리를 지낸 강영훈(姜英勳) 정원식(鄭元植)씨 등 보수성향이 강한 인물들을 상정하고 있다.
이 문건은 범여권의 결속 또는 보수대연합을 위한 협상카드로 권력분산론을 활용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대표가 10일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책임총리제 등 집권 후 권력분산 청사진 역시 그 일환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문건은 경선탈락주자의 이탈방지를 위해서도 과감한 권력분산 방안을 막후에서 제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권력분산론은 대외용일 뿐만 아니라 대내용이기도 한 셈이다.
특히 권력분산 방안을 제시하면서 내각제 개헌 가능성을 열어둘 것을 권유한 것은 장기적으로 여권 내부의 은밀한 개헌탐색 기미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지사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막판 연대 추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은 것도 관심을 끈다. 다만 이지사는 조총재와 마찬가지로 양자대결구도의 종속변수로 취급하고 있다.
전, 노씨 등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을 계기로 구여권과 TK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구상은 전, 노씨의 대선전 사면 카드가 아직 사장(死藏)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