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이인제씨 회동]「헤어짐을 위한 만남」

  • 입력 1997년 9월 9일 20시 09분


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이뤄진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와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의 오찬회동은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70여분만에 끝났다. 이날 회동은 이지사의 독자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두 사람간에 담판을 짓는 성격이 짙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듯하다. 두 사람은 이날 만나는 순간부터 『집으로 찾아올까봐 걱정이 돼서 이렇게 나왔다』(이지사), 『집으로 갈 생각도 했지만 수원이라서…』(이대표)라는 등 뼈있는 농담으로 시작했다. 또 헤어질 때도 방에서 따로 나와 각각 회동결과를 설명했다. 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이지사에게 「대선승리를 위해 당의 단합과 결속이 필요하고 이지사의 협력이 절대적이다」며 성심성의껏 이지사의 지원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이지사는 이에 대해 자신이 제시한 당개혁안을 포함, 생각과 의사를 설명하며 「현재 매우 고심중이다. 앞으로 2,3일간 더 고민해 태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며 회동이 결론없이 끝났음을 밝혔다. 이날 이대표를 수행한 윤원중(尹源重)대표비서실장은 『허심탄회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으로 안다』고 회동분위기를 전했다. 별도로 면담결과를 밝힌 이지사는 『이대표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날 회동의 의미가 사실상 「결별수순」이었음을 시사했다. 이지사는 『서로 하고 싶은 얘기를 많이 나눴다. 결론은 없지만 서로 진심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대표에게 「나에겐 두가지 길이 있으며 빠른 시간안에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며 계속 최종입장 표명시기를 뒤로 미뤘다. 『대표가 도와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이지사는 『이대표가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으나 구체적인 제의여부에 대해서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지사는 또 후보교체론과 관련, 『「반대와 비판을 수용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이대표에게 말했다』면서 『회동을 전후해 심경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 고민은 무겁다. 오늘 만남이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며 독자행보를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또 △당의 개혁문제 △보수대연합 △문민정부의 정통성계승 △대선승리 가능성 △민심의 소재와 국민의 정치불신의 근원 등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했으나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조금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지사는 끝으로 총재직 이양에 대해 『총재 1인에 의해 운영되는 정당에서 총재가 물러날 때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겠느냐』며 『시대에 맞는 정당의 체질개선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두 사람이 전하는 회동 내용과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대표와 이지사는 각자 제 갈 길을 가게 될 것 같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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