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지사직 사퇴를 선언한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는 향후 거취에 대해 딱부러진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지사 측근들은 이날 사퇴선언을 대선출마를 위한 「수순밟기」로 기정사실화했다.
이지사가 이날 대선출마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유동적인 당내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즉 당이 처한 어려움의 원인이 자신의 독자행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회창(李會昌)대표의 지지도 하락에 있음을 명백히 하겠다는 뜻이다.
이지사는 또 지사직 사퇴와 출마선언을 동시에 할 경우 쏟아질 여론의 비난도 의식한 듯하다.
이지사의 한 측근은 『이대표에 대한 민심의 소재를 재확인한 뒤 이달 하순 출마선언을 할 것이며 신당 창당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지사가 지사직 사퇴선언 후 도청상황실에서 가진 일문일답 내용.
―지사직을 사퇴하는 이유는….
『15대 대선과 관련해 정치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15대 대선에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지사직수행과 양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사직 사퇴를 대선출마로 해석해도 되나.
『대선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을 빠른 시간내에 결정하겠다. 시대의 소명과 국민의 열망, 민심의 정확한 소재를 정확히 파악해 최종적으로 결심하겠다』
―추석후 현재의 지지도에 큰 변화가 없을 경우 결단을 내릴 것인가.
『지지도가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대선으로 「3김정치」가 청산되고 국민정치시대가 열려야 한다.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8일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후보교체론이 나왔는데….
『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똑바로 인식하려는 의지가 약한 것이 더 큰 위기다. 정권재창출이 안되면 3김시대는 연장되며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다. 이에 대한 본질적 논의가 선행돼야 진정한 협력이 가능하다』
―청와대와 당지도부에서는 이지사가 불출마할 것이라고 보는데….
『어떤 결정을 하는지는 궁극적으로 내가 역사와 국민앞에 모든 것을 걸고 하게 될 것이다』
―경선승복 약속파기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정치인의 논리와 약속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최선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자기가 한 말의 책임을 모면할 수는 없다』
―당지도부는 당의 위기가 경선탈락 후보의 비협조적 행동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어떤 비판도 달게 받겠다. 탈락자의 의무도 있지만 당후보에게는 국민지지도를 끌어내야 하는 더 큰 의무가 있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