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총재가 제기한 「현정권임기내 내각제개헌」 주장이 여권의 일축으로 일단 물밑으로 잠복했지만 그렇다고 개헌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내각제를 매개로 한 「DJP연합론」뿐 아니라 최근 제기된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의 「대통합정치론」, 이한동(李漢東)고문 등 신한국당내 민정계 인사들의 「보수대연합론」 등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은 상존(常存)한다.
현 시점에서 이같은 논의구조의 맥락에서 상정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들은 몇갈래로 분류된다.
우선 대선전 내각제개헌은 일부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없지 않으나 의석분포, 국민회의측 반응 등 현재 정치역학적 구도상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나 여권이 밀어붙인다해도 힘들 것으로 보는 게 정가 안팎의 지배적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각제 개헌론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이대표에 대한 지지도 문제다. 현재 비세(非勢)를 면치 못하는 이대표가 독자적인 힘으로 지지도를 회복, 승산이 높아지면 내각제 개헌론의 주무대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후보단일화 협상 테이블로 좁혀질 것이다.
그러나 이대표가 계속 지지부진한 지지도를 보여 승산이 없다는 여권의 판단이 설 경우는 내각제 개헌 논의 구조는 여야가 뒤엉키면서 훨씬 복잡해질 공산이 크다. 물론 이 경우도 「대선후 개헌」이 대전제다.
즉 「대통합정치」가 됐건 「보수대연합」이 됐건 타 정파나 여당내 제 세력간 「권력의 공유(共有)」가 전면에 대두되고 그 유력한 방편으로 내각제 개헌론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김종필총재를 끌어들이려면 내각제 개헌은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게 현 상황이다.
이대표의 「대통합론」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내각제 개헌 등의 권력분점방안을 반대급부로 내걸고 각 정파와의 연대를 통해 정권을 잡아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대표측과 김총재측간의 물밑접촉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중요한 근거다.
「보수대연합론」의 두 주축으로 거론되는 신한국당의 이한동 김윤환(金潤煥)고문이 그리고 있는 밑그림도 이같은 내용이 아닌가 하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또 이 논의 구조에는 자의건 타의건 박태준(朴泰俊)의원 등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아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선까지 석달 남짓 남은 기간에 뜻밖의 새로운 변수들이 대두돼 누가됐든 「독식(獨食)」이 가능한 판도가 형성되면 개헌론은 한때의 「도상연습」 차원으로 끝날 수도 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