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자민련,「全-盧사면 시기」입장차

  • 입력 1997년 9월 2일 19시 54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 사면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 사이에 불협화음이 표출되자 야권은 이를 내심 즐기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그러나 「TK(대구경북) 끌어안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노씨 사면문제」를 놓고 득실을 저울질하는 등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는 「조건부 사면론」을 주장하다가 최근 여권 분열로 동요하는 TK정서를 끌어안기위해 「조건없는 용서론」을 갑작스레 들고 나섰다. 국민회의는 2일 간부회의에서 전,노씨 사면문제에 대한 당의 공식입장 변경을 놓고 논란을 벌였으나 결국 김총재의 「용서론」으로 당론을 결정했다. 특히 김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조건부 사면」에서 「용서론」으로 당론을 변경한데 따른 당안팎의 거부감을 무마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국민회의는 이날 청와대에서 「조기사면 불가(不可)」 입장을 밝히자 『사면시기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한발 빼기도 했다. 박지원(朴智元)특보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거부는 이대표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라고 주장하며 『김총재의 용서론이 나오자 이대표가 급한 김에 청와대와 협의도 없이 언론에 흘린 것은 정치의 ABC도 모르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고 혹평했다. ○…자민련은 전,노씨 사면을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조기사면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보수세력 이미지와 TK지역 지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신한국당이나 국민회의처럼 전,노씨 사면을 통해 TK정서 끌어안기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이날 『김대통령이 이대표 주저 앉히기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후보교체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대표의 중도하차를 기대하고 있는 자민련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최근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에게 전,노씨 사면문제 선수를 빼앗긴 데 대해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이다. ○…민주당은 조순(趙淳)총재가 1일 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 『사면이 바람직하다고 항상 생각했다』고 밝혔으나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당론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집권여당 대표와 대통령간에 조율되지 않은 민감사안이 즉흥적 대선전략에 의해 제기됐다가 거부되는 사태는 집권여당과 이대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비난했다. 〈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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