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자민련 단일화협상 『제발 소리 안나게』

  • 입력 1997년 8월 27일 20시 40분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느닷없이 양당간 대통령후보 단일화협상의 「비공개」방침을 발표했다. 협상회의 일정도, 누가 어디서 만나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일절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협상은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와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의 최측근인 韓光玉(한광옥)부총재와 金龍煥(김용환)부총재 두 사람이 만나거나, 아니면 협상위원회 간사인 朴光泰(박광태) 李良熙(이양희)의원이 은밀히 만나는 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결론이 내려지거나 합의가 있으면 공개하겠다는 단서를 붙이긴 했다. 비공개 결정은 자민련의 요청. 자민련 김부총재가 지난 26일 국민회의 한부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이뤄졌다. 양당은 후보단일화 협상은 「일괄타결 방식」, 즉 모든 것을 한꺼번에 타결하기로 했기 때문에 협상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고 최종단계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공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민련이 비공개를 요청한 속사정은 김종필총재(JP)의 여론지지도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최근 자민련 내에서는 『김총재의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것은 다름아닌 단일화협상때문』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즉 「JP는 결국 김대중총재(DJ)에게 후보를 양보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JP의 지지율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전략적인 판단도 있다. 여권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일단 9월말까지 단일화협상을 은밀하게 추진해가면서 나름대로 JP의 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보자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야권의 후보단일화협상은 「밀실야합」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떳떳한 연대」임을 누누이 강조해온 국민회의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비밀리에 협상을 추진하면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 열기가 식어버리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민련을 끝까지 협상테이블에 붙들어두기 위해서 국민회의는 자민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자민련 내에 국민회의와의 단일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김부총재의 입장도 곤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해하는 모습이다. 〈김재호·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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