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또한번 맞고 보내면서 한가지 부끄러운 대목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10년전 사회 각계의 성금으로 세운 독립기념관이 갈수록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지면서 방치되고 있는 사실이다. 개관 첫해 6백62만명이 입장해 큰 인기를 누렸던 독립기념관은 이후 입장객 숫자가 급속히 격감하면서 관심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독립기념관 입장객은 모두 1백41만명이었으며 올해는 지난 7월말까지 74만명이 다녀갔다. 이 숫자는 개관 첫 해의 20% 수준이다. 이로 인해 운영상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당초 계획했던 각종 사업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상유지조차 힘든 것이 독립기념관의 요즘 형편이다.
민족정기를 드높이고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는 뜻이 담긴 독립기념관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특히 정부는 시설만 해 놓은 뒤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았다. 독립운동 관련자료를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관람객들이 식상할 수밖에 없는데도 새로운 전시물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개관 당시 뜨거웠던 국민적 관심이 서서히 식은 것과 방문객들이 찾아가기 어려운 입지조건도 한가지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독립기념관에는 현재 국내외에서 보내온 수만여점의 독립운동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다. 지금처럼 독립기념관이 명맥만 유지한다면 소중한 자료를 사장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오늘에 되새기고 젊은 세대에게 그 뜻을 전해주기 위해서는 독립기념관이 제 기능을 다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독립기념관의 보수와 전시기능 강화에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 민족사의 생생한 체험장소로 거듭나도록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