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의 개각에 이은 7일의 신한국당 당직개편에서는 몇가지 여권의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우선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지 보름이 넘도록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당내 분위기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조치」라는 성격이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이날 주례회동을 끝내면서 갑작스럽게 당직개편 내용을 발표한데서도 이같은 여권 수뇌부의 「의지」는 여실히 드러난다.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당내에서는 당직개편 시기를 다음주초 쯤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5일의 개각도 예상을 뒤엎고 앞당겨 단행했듯이 당직개편도 「기습적」으로 단행함으로써 대선정국의 국면을 확실하게 전환하겠다는 뜻이 강했던 것 같다.
다음으로는 당직개편 내용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듯이 「당내 화합 기조」에 가장 주안점을 둔 흔적이 역력하다. 이날 발표된 당3역과 대변인 등 요직의 인선내용을 보면 이같은 측면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대선국면에서 어느 자리보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무총장에 姜三載(강삼재)전총장을 재기용한 대목이 가장 상징적이다. 강신임총장은 경선과정에서 줄곧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이른바 「중립」을 표방했었다. 이유는 「김심(金心)」의 대리인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했으나 직 간접적으로 이대표 쪽을 지원해온 게 사실이다.
이대표측의 河舜鳳(하순봉)비서실장은 『오늘 당직개편을 전격 단행한 것으로 하루라도 빨리 당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표측으로서도 가장 고심했던 인선은 물론 사무총장이었다. 한 측근은 『강총장은 당내 화합을 위해서나 업무능력으로 볼 때 최적임자』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선 과정에서 김대통령과 이대표의 관계나 추진력, 민주계 규합, 김대통령 직계부대의 운영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한 인사로 풀이된다. 강총장 기용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질 측면이 없지 않으나 총무에 姜在涉(강재섭)의원을 기용한 것은 당 안팎에서 거의 예상했던 일이었다. 강신임총무는 경선과정에서 TK(대구 경북)지역 세력 규합에 적극 나서는 등 이대표에게는 믿음직스러운 「동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머지 요직, 즉 정책위의장과 대변인을 모두 李漢東(이한동)고문의 계보에서 발탁한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李壽成(이수성)고문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 金德龍(김덕룡)의원 등 다른 후보 진영을 배제하고 두자리나 이고문쪽에 배려한 것은 이고문의 대표직 기용설과 관련, 시사하는 점이 없지 않다.
일단 이고문측은 이고문과 가까운 李海龜(이해구)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이고문 직계인 李思哲(이사철)의원이 대변인에 임명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특별히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말이 없다』며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이고문의 한 측근은 특히 『우리가 이들의 기용을 이대표측에 요청한 적은 없다』며 『이대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들을 발탁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고문측은 이대표가 이고문에게 적극적인 화해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당내에서 강하게 부상하고 있는 이고문의 대표기용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김대통령이나 이대표로서는 이날 당직개편으로 경선후유증 극복과 대선 승리를 위한 첫 본격 행보를 내디딘 셈이다. 이대표 비서실 진용과는 달리 강력한 계파 안배 의지를 보였고 또 김대통령이 지난 6일 徐淸源(서청원)의원을 만난 것에서 볼 수 있듯 당내 분위기 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어 앞으로도 내부 결속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채청기자〉